오피니언 사설

[사설] 탄력근로제 확대 의지 흔들려선 안된다

여야정 합의로 추진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9일 당의 탄력근로제 확대 방침을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면 노동중심 사회로의 개혁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얼마 전 국회에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연속해서 일정 수준을 넘지 않게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확고해 보였던 당정의 탄력근로제 확대 방침에 조금씩 잡음이 들린다.


노동계 등의 반발도 심상치 않다. 정의당과 참여연대를 비롯한 일부 시민단체는 이날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며 입법화 중단을 요구했다. 말로만 그친 것이 아니다. 지난주 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도심에서 정부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 데 이어 21일에는 민노총의 총파업이 예고돼 있다.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탄력근로제 확대를 막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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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력근로 확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조치다.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줄면 납품 시기에 일감이 몰리는 중소기업이나 특정 기간에 일을 몰아서 하는 정보기술(IT)·연구개발(R&D) 종사자를 둔 기업은 범법자로 몰리거나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논의되는 단위기간도 6개월에 불과해 1년 단위로 운영하는 미국·영국 등보다 짧다. 최소한의 조치마저 거부한다면 과연 노조의 존재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탄력근로 확대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이들을 지지층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물러나서는 안 된다. 이마저 포기한다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기반이 무너져 정부가 그토록 갈망하는 일자리 창출이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도 이루기 힘들다. 한국 경제에 재앙이 닥치는 것을 막으려면 당정이 확고한 의지를 갖고 탄력근로 확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노조에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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