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페이스X가 20일 새벽(한국시간)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의 반덴버그 공군 기지에서 사상 처음으로 재사용한 로켓을 다시 쏘려고 했다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막판에 추진체 점검의 필요성이 생겨서인데 오는 25~26일이나 12월 1일 재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여 같은 로켓을 세 번이나 사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로켓 재사용은 팰컨-9의 1,2단 추친체 중 핵심인 1단 추진체를 바다의 드론 선박에 안착시켜 회수해 재활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데 난제가 만만치 않다. 만약 재사용한 로켓을 또 다시 활용할 수 있다면 인공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비용을 크게 절감하며 경쟁사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3월 팰컨-9 로켓의 1단 추진체를 재활용해 발사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하는 등 총 11차례 재활용에 나서며 발사비용을 줄이고 있다. 물론 경쟁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도 로켓 재활용에 적극 나서며 치열한 접전을 펴고 있어 로켓의 3회 이상 사용이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장기적으로는 로켓을 수십 회에서 100회까지도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17일(미국시간) 트윗을 통해 “팰컨-9 로켓의 2단 추진체는 더 이상 재활용을 위해 업그레이드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진척이 없는 2단 추진체의 재사용 계획은 포기하고 1단 추진체의 재사용 횟수를 늘리겠다는 뜻이다. 그는 재활용 로켓과 우주선으로 구성된 유인 비행체인 ‘빅 팰컨 로켓(BFR)’에 주력해 2020년대에 화성을 향해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스페이스X가 첫 민간 달 여행객으로 선정한 일본의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를 태우고 갈 비행체도 BFR이다.
지난 2013년 1월 나로호 발사 당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을 지낸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는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이 거대한 우주산업의 태동에 대비해 매년 거액을 쏟아부으며 로켓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들을 따라 세계적으로 100개 가까운 우주벤처가 소형위성 발사용 로켓을 개발하며 우후죽순처럼 크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위성 위주로 세계 우주기술 관련 시장이 3,000억달러를 넘는데 우주공장, 우주호텔, 소행성에서 귀금속 캐기 등 우주산업이 만개하면 수조 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정지궤도 거대위성(지상에서 3만6,000㎞ 상공)들은 우주탐사와 우주여행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고 거대한 태양전지판을 통해 생산한 전력을 지구로 보내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우리도 오는 2021년까지 3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자체 로켓 기술을 개발(한국형발사체·누리호)하는 과정에 있는데 반드시 산업화에 성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스페이스X가 당초 팰컨-9 로켓을 세 번째로 활용해 발사하려던 인공위성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100㎏급 소형위성(차세대 소형위성 1호)를 비롯해 총 64개의 소형 위성이다. 이 로켓은 지난 5월 방글라데시의 통신위성 ‘방가반두-1호’에 이어 8월에 두 번째로 인도네시아의 통신위성 ‘메라 푸티’를 쏘아 올린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국제입찰을 통해 스페이스X와 2015년 7월 차세대 소형위성 1호의 발사 계약을 했는데, 재활용 로켓을 쓰든 3회 활용 로켓을 쓰든 발사만 성공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차세대 소형위성 1호에는 2012년 6월부터 올해까지 총 324억 3,000만원이 투입됐다. 이 위성은 2년간 575㎞ 상공 지구 궤도에서 태양폭발에 따른 우주 방사선 등을 측정하고 별의 적외선 분광을 관측하고 여러 부품이 우주 환경에서 견디는지를 검증하게 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