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정관계 핵심변수 부상한 '탄력근로제'…"사회적 대화로 합의점 찾아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2018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17일 오후 2018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여야 합의로 추진 중인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가 노·정관계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탄력근로제 도입을 요구하는 경영계와 이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 동안 사회적 대화로 합의점을 찾으며 갈등을 풀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2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는 21일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힐 계획이다. 당초 총파업 구호는 ‘적폐 청산’, ‘노조 할 권리’, ‘사회 대개혁’이었으나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 노동법 개악 중단’이 추가됐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반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를 놓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결집하는 양상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한국노총은 지난 17일 전국 노동자대회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밀어붙이면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야는 현행 근로기준법상 최장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6개월 혹은 1년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지 않을 경우 지난 7월 시행에 들어간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기 어렵다는 경영계 요구에 따른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일부 업종에 대해서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3개월 단위의 탄력근로제로는 길어야 한 달 반 동안 연속 집중노동이 가능한데, 에어컨 제조업체처럼 계절적 수요에 대응해야 하는 일부 기업은 4개월 이상의 연속적이고 집중된 노동이 필요하다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하면 연장근로 가산수당이 줄어들고 노동자 건강이 악화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사실상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사라진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안경덕 노동부 노동정책실장도 지난 19일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추진하되 오·남용 방지 방안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노동계 우려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문제는 노·사 양측의 이견을 어떻게 풀어내느냐다. 결국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관련기사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오는 22일 공식 출범과 함께 개최하는 첫 본위원회 회의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를 논의할 의제별 위원회를 산하에 설치하는 방안을 심의한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임시 대의원대회 정족수 미달로 경사노위 본위원회에는 합류하지 못했지만, 경사노위 참가 주체들은 민주노총이 산하 의제별 위원회에는 참여하도록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도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자기주장만 할 게 아니라 대화의 장에 들어와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사회적 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부 여당이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위한 법 개정 시한을 올해 말로 정하며 속도를 내는 부분이 사회적 대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일각에서 우려하는 점도 이 때문이다. 현재 노동시간 단축 대상인 300인 이상 사업장은 약 3,600곳으로, 노동부는 대기업이 많아서 주 52시간제 시행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주 52시간제가 시행에 들어간 지난 7월 이후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약 60건의 진정, 고소, 고발 등이 접수됐으나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노동부의 설명이다. 중소기업이 다수 포함된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이 클 수 있지만, 50∼300인 사업장은 2020년 1월부터, 5∼50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는 만큼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할 경우 기업이 집중노동 기간 이후 생길 수 있는 인력 공백을 메우고자 단시간·저임금 일자리를 늘릴 가능성을 비롯한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것으로 노동계는 우려한다. 이 때문에 사회적 대화로 단위 기간 확대가 필요한 업종을 선정하고 오·남용을 방지할 장치를 마련하는 등 내실 있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 무게가 실린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게 되면 노동계의 반발을 사게 돼 노·정관계가 틀어지고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늘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

홍나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