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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리뷰] '진실X거짓' 오래된 부부가 '이별 없이' 살아가는 법

사진=연극열전사진=연극열전



불편한 진실과 친절한 거짓, 당장 둘 중 하나만 택하라면 어느것을 선택해야 하나.

흩어진 사실의 조각을 모아 무언가를 추론했을 때 그것이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 본질이 사라지더라도 드러난 결과가 만족스럽다면 우리는 그냥 그대로 살아가도 되는걸까. ‘모르는게 약’이라는 속담은 때로 사실일 수도 있다,


연극 ‘진실X거짓’에는 두 쌍의 부부, 총 4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알리스와 폴’, ‘로렌스와 미셸’ 부부는 서로 연인 관계다. 알리스와 폴 부부를 중심으로 자신의 불륜 관계를 상대에게 알릴지 말지, 알린다면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털어놓는 과정을 그린다.

작품은 ‘진실편’, ‘거짓편’으로 나뉜다(별개로 공연된다). 공연명은 ‘진실X거짓’으로 묶여있으나 사실상 다른 작품으로 봐도 무방하다. 같은 사건을 다루는 두 가지 시각을 통해 연극은 관계를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험을 선사한다.


평범했던 가정은 알리스가 폴에게 자신의 외도를 알리려 하는지(진실), 숨기려 하는지(거짓)에 따라 상황이 뒤바뀐다. 네 명의 주인공은 1시간 40여분간 말 그대로 온갖 말을 뒤섞으며 사실을 감추고, 드러내려 애쓴다. 처음 그들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으며 사실을 추리하려다 한 20분쯤 걸려 두 손 들고 나면 말(言)은 말(馬) 타고 달리듯 정신없이 서로를 속고 속인다.



사진=연극열전사진=연극열전


이들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아침드라마 생각이 나기도 한다. 와인과 샴페인으로 분위기와 감정을 전환시키는 등 프랑스 원작의 세세한 내적 의미까지 찾아내고 분석하는 것은 어렵다. 다만 거짓이 진실로 포장되고, 진실이 거짓말로 들리는 상황에서 ‘무엇을 취하고 버려야 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재미만큼은 확실하다.

덕분에 작품은 중년 부부가 손잡고 보기에 딱 알맞다. 소위 막장드라마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는 더 딱이다. 평범한 불륜이 온갖 파국으로 치닫는 스트레스 해소용 아침드라마와는 달리 ‘진실X거짓’은 서로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공연 후 서로가 마주보고 할 수 있는 충분한 이야깃거리를 던진다.

작품은 극단적인 상황을 말하지만 현실이라고 다를 것 없다. 취미생활 용품, 예를 들어 게임기를 사고 싶은 남편이 온갖 감언이설로 아내를 설득해야 하는 과정이 그와 무엇이 다를까. 소재만 차이가 있을 뿐 결국 사실을 두고 진실과 거짓을 섞어 “알았어”라는 대답을 이끌어 내기까지의 과정은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혹시나 공연이 끝난 후 극장을 나서면서 한바탕 다투는 커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은 다른사람 안 만나봤냐”고, 그럼 되묻겠지. “그러는 당신은?”

최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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