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사진) LG(003550)그룹 회장이 이끄는 ‘4세대 LG’의 인사가 오는 28일 베일을 벗는다. (주)LG를 비롯해 LG전자(066570), LG화학(051910), LG디스플레이(034220) 등 주력 계열사가 28일 이사회를 열고 인사 관련 승인을 받는다. 20일 하반기 그룹 사업보고회를 마친 구 회장과 권영수 (주)LG 부회장은 막판 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구 회장과 권 부회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진행한 사업보고회를 통해 주요 계열사 성과 진단 및 임원 평가를 마무리했다. 예년과 달리 자유로운 형식으로 이뤄진 사업보고회에서 각 계열사 성장을 위한 방향 설정과 인물 선정이 함께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초미의 관심사는 단연 ‘부회장급’의 행보다. LG그룹 내 6인 부회장 중 권영수 부회장과 하현회 LG유플러스(032640) 부회장은 위치를 바꿨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명예로운 퇴진을 결정한 상황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차석용 LG생활건강(051900) 부회장 등 3명이 남았다.
이와 관련 지난 8일 진행된 LG디스플레이 사업보고회가 주목된다. 당시 사업보고회 이후 인사권자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에게 ‘유임’을 시사했다는 후문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어렵지만 잘 극복해달라며 임원진에게 한 부회장을 잘 도와주라고 말했다”면서 “실적을 우려하던 내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전했다. 차 부회장의 경우 실적 덕분에 유임이 확실하다는 의견과 함께 퇴임을 자청했다는 설도 있다. 차 부회장은 지난 2004년부터 14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다. LG의 한 관계자는 “조 부회장은 그룹의 융합형 먹거리 개발에 필요한 인물이란 평이 많다”면서 “하 부회장은 LG유플러스 이동 이후 5G 관련 굵직한 현안을 챙겨야 하는 만큼 당분간은 갈 것이란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구 회장이 ‘안정 속 변화’와 ‘파격적 선택’이란 두 개의 방향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고 본다. ‘안정 속 변화’의 경우 부회장급에서의 큰 교체 없이 사업본부장이나 사업부장 중심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이 경우 구광모호의 초기 경영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고, 다음 인사 때 큰 폭의 세대교체가 가능하다. LG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고위 임원들의 평균 나이가 5세 이상 낮아지면서 40세인 구 회장과의 차이가 확 좁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LG 계열사의 관계자는 “LG화학 창사 이후 처음으로 외부 출신을 수장에 앉힌 것처럼 충격적 발표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CEO 풀’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주)LG와 주요 계열사에서 잔뼈가 굵고 성과를 낸 인물들이 요직을 맡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와 관련 정철동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 사장이 중용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 사장은 권 부회장과 한 부회장의 뒤를 이어 LG디스플레이에서 중책을 맡았던 인물이다. 구 회장과 손발을 맞춰본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장 사장, 백상엽 LG CNS 미래전략사업부장 사장, 권일근 LG이노텍(011070) 최고기술책임자(CTO) 전무, 김동춘 LG화학 광학소재사업부장 상무 등도 주목받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CEO급 인사일수록 막판 변수를 예단할 수 없다”면서 “막판에 CEO 인사가 달라지며 연쇄적으로 나머지 인사가 변동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