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토요워치] '페이(PAY)'스 오프…지역화폐, 블록체인으로 성형

■지자체 발행 열풍 왜

비용 지폐형 절반·부가가치 창출은 2배

하동·김포·남해 등 디지털 화폐로 바꿔

블록체인 플랫폼 행정 시스템에도 활용

실시간 정책제언·전력거래 꿈을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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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은 다른 군소도시들처럼 지역경제의 활력저하로 오랜 기간 고심해왔다. 돌파구를 찾고자 지난 2000년대 들어 지역화폐(일명 ‘하동사랑상품권) 발행에 나섰다. 하동군은 지역화폐의 수요를 넓히기 위해 가맹점에서 지역화폐로 결제 시 소정의 할인혜택이 주어지도록 예산지원을 했다. 아쉽게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겼다. 할인혜택에 따른 시세차익을 노리고 이른바 상품권 ‘깡(불법 현금환전)’이 기승을 부렸다. 딜레마에 빠진 하동군은 묘수를 찾았다. 9월부터 KT의 도움을 받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지역화폐 도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종이형 지역화폐(지폐)와 달리 블록체인 지역화폐는 발행과 유통의 모든 과정이 전자금융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깡’처리와 같은 오용을 막을 수 있다.

비슷한 문제에 봉착했던 다른 지자체들도 디지털 화폐 형태로 발행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 김포시, 울산시, 경남 남해군 등이 KT의 자문을 받아 블록체인 적용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하동군은 내년도 발행할 블록체인 지역화폐에 가칭 ‘하동페이’라고 이름을 붙였으며 김포시와 남해군도 자체적으로 작명을 위해 공모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제적인 효과는 어떨까. 기존의 지폐형보다 높은 경제 효율성이 기대된다. 발행비용이 절반 가까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기존의 지류형(지폐형) 지역화폐 한 장을 발행하는 비용을 100으로 가정한다면 블록체인 지역화폐는 60 미만으로 발행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행정안전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2월 작성한 정책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기존의 지폐형 지역화폐 발행으로도 투입예산 대비 많게는 15배가 넘는 부가가치 창출효과(강원 화천군 기준)가 나왔다. 강원 춘천시와 양구군에서도 각각 지폐형 지역화폐 발행에 투입된 순수예산 경비 대비 9배와 6배가 넘는 부가가치가 지역 내에서 창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블록체인 지역화폐는 이 같은 지폐형보다 발행비용이 절반 가까이 낮으므로 예산대비 부가가치 창출효과는 지폐형보다 두 배가량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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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은 블록체인 지역화폐를 각종 수당 지급용으로도 이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김포시는 주민에 대한 산후조리비와 청년배당, 공무원 복지포인트를 블록체인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하동군도 아동수당과 공무원 복지포인트 지급 등에 이용할 예정이다. 행안부와 보건복지부는 노인수당 등도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논의한 것으로 전해져 향후 지자체들이 정책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화폐가 아니어도 지역화폐의 깡처리 등의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는 차선책이 있다. 플라스틱 선불카드로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선불카드형 지역화폐는 체크카드나 신용카드처럼 가맹점에 금융결제기록이 남기 때문에 불법환전 시도나 오용 등을 적발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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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차선책이 있음에도 지자체나 KT가 블록체인 방식을 추진하는 데는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스마트시티 구현과 주민참여형 지방자치의 완성이다. KT가 디지털 지역화폐를 발행·운용하기 위해 깔아놓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응용하면 각 지자체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간으로 정책에 대한 제언을 받거나 설문조사를 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좋은 의견을 낸 주민에게 블록체인 지역화폐를 포상으로 지급할 수도 있게 된다. 그만큼 주민들의 행정 참여율이 높아져 지방자치의 정신을 구현하기 쉬워진다.

해당 블록체인 플랫폼에는 KT가 개발한 스마트에너지 솔루션, 빅데이터 솔루션 등 다양한 지능형 행정프로그램들이 적용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지역 내에 태양광발전의 보급을 늘려 개인과 기관 간 전력거래를 추진하고 싶은 지자체라면 KT의 블록체인 플랫폼과 연계해 실시간으로 전력 여유가 있는 가정·기관과 부족한 가정·기관을 실시간으로 자동연결해 에너지거래를 성사시켜줄 수 있다. 또한 특정 지역의 축제 기간 중 내수 활력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디지털 지역화폐를 집중해 발행할 경우 그 판매실적과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블록체인 전산망을 타고 실시간으로 빅데이터로 집적돼 담당 공무원이 지역 축제행사의 경제효과를 사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후속 정책을 짤 수 있는 지능형 행정을 펼칠 수 있다.

다만 블록체인 지역화폐의 도입을 놓고 지자체들이 과도하게 경쟁을 벌일 경우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소규모의 시·군이 지역화폐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뒤이어 상위 지자체인 도청이 도 차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하겠다고 나서면 중소 지자체는 규모의 경쟁에서 밀려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출혈경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행안부와 국회 차원에서 조정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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