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주식, 채권은 물론 원유, 구리를 포함한 상품 등 각종 투자자산의 가치가 역대 최악 수준의 동반하락을 기록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올해 주요 투자자산의 가치가 떨어져 투자자들에게 ‘피난처’가 없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WSJ에 따르면 도이체방크가 가격을 추적하는 70개 자산군 가운데 90%가 올해 들어 11월 중순까지 미 달러화 기준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다. 이 마이너스 수익률의 비중은 1901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증시는 고점 대비 10% 이상 떨어졌고, 그동안 상대적 강세를 보였던 미 뉴욕증시도 최근 올해 상승분을 모두 내놨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액티브투자 대표는 “글로벌 증시와 채권이 모두 올해 수익률 ‘마이너스 영역’으로 가고 있다”면서 주식과 채권이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최소 25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등 국제유가도 최근 폭락세를 거듭해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약세장’(Bear Market)에 들어섰다. 글로벌 경기 둔화 가능성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와 기존 ‘공급 과잉’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의 통화 역시 미 달러화 대비 가치가 크게 내렸다. 지난해 급등한 대표적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최근 5,000달러 밑으로 폭락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미 국채 가격과 금값은 올해 가을 미 증시와 주요 상품가격이 흔들리면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보면 가치는 여전히 하락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미 기술주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던 펀드들은 최근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이른바 ‘팡’(FAANG) 주식이 급락,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 WSJ은 골드만삭스를 인용, 특히 26개의 펀드가 3분기에 페이스북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찍을 것이라고 올해 초 장담했던 헤지펀드 매니저 피에러 앤두런드의 ‘앤두런드 상품 펀드’는 지난 10월 월간 기준 최대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티 로 프라이스(T. Rowe Price)의 아시아태평양 멀티에셋 책임자인 토머스 폴루엑은 “그렇게 나쁜 해로 느끼지 못해왔지만 돌이켜보면 꽤 비참한 해였다”면서 “2019년에도 더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침체는 여전히 멀리 있는 것으로 보인다. WSJ은 미국 경기가 곧 침체될 거라고 믿는 투자자들은 별로 없다고 전했다. 글렌메드 트러스트의 제이슨 프라이드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 증시는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강세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WSJ에 따르면 미 증시의 강세장 지속 전망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방어적 투자 등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UBS는 최근 고액자산 고객들에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구성 종목에 대한 투자 유지를 권고하면서도 위험분산을 위해 ‘풋옵션’(가격이 내리면 이익을 얻는 파생상품) 같은 투자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UBS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의 선임 투자전략가인 제리 루커스는 “우리는 신중하게 낙관적”이라면서 “(투자에) 좀더 보수적이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헤징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