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원내대표 경선을 앞둔 자유한국당에 계파 갈등이 재점화하며 전운이 감돌고 있다. 당내 ‘주도권 경쟁’이 정기국회 주요 이슈를 잠식하면서 대여(對與) 견제라는 ‘제1 야당’의 역할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당 비대위원 회의에서 “계파 논리를 살려서 분당을 운운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비대위와 비대위원장을 시험하지 말라”고 밝혔다. 최근 원내대표 경선 및 인적 청산과 맞물려 ‘분당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당내에서 제기되는 상황에 엄중 경고를 날린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정부 여당이 잘못하는 일을 지적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당내에서 자신의 위치를 일으키기 위해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건 좀 아니다”라며 이들을 당협위원장 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의 지적처럼 한국당의 모든 의정활동은 ‘원내대표 선거’와 ‘인적 청산’이 잠식한 상태다. 일부 계파에서 ‘비대위 체제 종료’를 주장하며 조기 전당대회 군불을 때는가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당성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재현되는 등 ‘과거로의 회귀’가 연출되고 있다. 계파마다 당내 주도권을 쥐기 위한 물밑 작업에 열을 올리면서 ‘정기국회에 제1 야당 마음은 콩밭에 가 있다’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이렇다 보니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나 선거구제 개편 등 대여 견제 현안에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 정당의 역할이 더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당의 혼란을 바로잡을 구원투수 또는 영입인사로 김병준 비대위원장과 전원책 전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은 물론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등 ‘집 밖 사람들’만 거론되는 데다 6·13 지방선거 참패로 물러난 홍준표 전 대표의 재등판까지 임박하면서 ‘인재난’을 스스로 드러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하며 집권 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한국당이 이렇다 할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듯 당 지도부는 내부 단속에 나섰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 민생, 경제를 위한 특단의 의정 활동이 필요한데도 지역에 다니면서 비대위를 비판하고 주말에는 골프채를 흔들면서 원외 위원장을 데리고 몹쓸 짓을 하는 그런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