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원주민 내모는 이주비 대출 규제

9·13대책까지 이주비대출 옥좨

대부업체서 자금마련도 쉽잖아

사업 지연·원주민 이탈 가속화

"규제 안받는 토지담보대출 받자"

건물 미리 멸실하는 곳도 등장




정부가 ‘8·2대책’에 이어 ‘9·13 대책’까지 잇달아 정비사업의 이주비 대출을 옥죄는 가운데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대출을 활용한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이지만 대다수 원주민들이 늘어난 이주비 부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조합들은 심지에 이주비 마련을 위해 대부업체 등 제 3금융권까지 기웃 거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업 지연은 물론 원주민 이탈도 가속화 되는 분위기이다.

◇ 원주민 떠나고, 속출하는 부작용 = 재건축·재개발 업계는 요즘 이주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이주비 대출도 주택담보대출로 보고 잇달아 규제를 강화해서다. 지난해 8·2대책으로 기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이 60%에서 40%로 낮아졌고, 9·13대책에서는 입주권·분양권도 주택으로 간주해 1+1 분양 신청자는 다주택자로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최근 재건축·재개발조합 모임인 ‘주거환경연합’ 이 이주비 대출규제가 원주민 재정착지원에 역행한다며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에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실제로 개인 여신이 부족한 소규모 재건축 사업이나 재개발 사업일수록 이주비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송파구의 문정동 136 조합원들은 이주비 부담이 커져 분양신청 대상을 하향 지원하는 중이다. 문정 136 조합 관계자는 “1+1로 분양 신청하려던 사람은 한 채로, 전용 84㎡는 전용 74㎡로, 74㎡는 59㎡로 낮춰 신청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관리처분인가를 준비 중인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 빌라는 종전자산평가도 적게 나와 이주비 40%로는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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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주 중인 동대문구 이문1구역 관계자는 “9·13대책 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보증받아 이주비는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앞으로 중도금 대출이 걱정”이라며 “재건축과 달리 도시 정비에 일조하는 공익성 재개발인데 정부 정책 따르다가 대출이 부족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원주민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 건물 미리 멸실, 대부업체도 기웃 = 조합 측은 각종 방법을 동원해 이주비를 마련하는 중이다. 심지어 규제를 받는 주택에서 벗어나 토지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건물을 미리 멸실하는 곳도 등장했다. 성동구 용답동 재개발 사업은 제2금융권 추가 대출을 받기 위해 주택이 아닌 토지를 대상으로 이주비 대출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 정비사업지는 시공사의 보증으로 이주비 대출을 추가하거나 사업비 일부를 예비비로 전환해 이주비를 지원하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이전에는 조합이 보증해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았지만 요즘은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시공사 보증으로 몇% 더 높은 이자를 내야 해서 결국 조합원 분담금만 증가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실제 잠실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은 롯데건설을 통한 이주비 추가 대출을 추진했으나 지난 21일 조합총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대부업체 등 제 3금융권에도 이주비 대출을 타진하는 조합도 늘고 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이주비 대출이 막히면 원주민의 입주율이 현격히 떨어질 수 있다”며 “다주택자가 아닌 실소유자라는 검증을 거쳐 재입주할 수 있도록 대출 규제를 일부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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