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을 전제로 실무준비를 하고 있다던 청와대가 처음으로 답방 시점이 해를 넘길 가능성을 언급했다. 내년 한미연합훈련 규모 축소, 남북철도 공동 조사 관련 제재 ‘예외 인정’ 등 미국의 계속된 대북 유화 제스처에도 북한이 묵묵부답으로 나오자 청와대도 그간의 낙관론에서 힘을 빼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해서도 북미 대화가 속도를 내지 못함에 따라 이전에 비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과 관련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미 정상회담 전이 좋을지 후가 효과적일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발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연내에 조기 답방하기를 기대한다”며 “꼭 북미정상회담과 연결해 생각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 대변인은 연내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내가 목표라고 하지 않았느냐”라면서도 “우리 정부만의 또 남북의 결정만으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북미 3자가 다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이어서 그 최종 목표를 위해 여전히 논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과 종전선언을 모두 북미 대화에 연동시킨 셈이다.
이처럼 청와대가 북미 대화 진전을 희망하며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북미 핵협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지난 8일로 예정됐다가 기약 없이 연기된 북미 고위급 회담 재추진 의사를 북한에 전했으나 북한이 답을 주지 않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핵 사찰 등 미국 측이 원하는 비핵화 조치와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 조치 간 교환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오지 않으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리는 인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점 역시 이런 답보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평화와 북한 비핵화 로드맵이 멈춰 서자 결국 예전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도하는 ‘톱다운’ 방식이 재가동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방문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중재안과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이태규·정영현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