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한 인사는 “신학철 부회장 영입 등으로 구광모호가 파격적 교체를 통한 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비즈니스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한 듯 보인다”며 “이번 인사를 통해 검증된 리더십을 바탕으로 초기 경영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지면서 조직 변화도 유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회장급에서 교체가 없는 만큼 사업본부장이나 사업부장 중심의 변화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커졌다”고 짚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보면 부회장이 모두 유임된 것이지만 이미 지난 7월 권영수 부회장과 하현회 부회장을 맞바꾸는 ‘원포인트’ 인사를 했고 신 부회장도 영입한 만큼 변화의 폭이 작다고 볼 수도 없다”며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LG의 기업문화, 글로벌 외부 변수 등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교체를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계열사는 안정에 주안점을 뒀다면 지주사의 변화 폭은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LG의 팀장 중 상당수가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앞서 7월에도 ㈜LG는 이명관 LG화학 최고인사책임자(CHO·부사장)를 인사팀장으로 선임한 바 있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CEO급 인사일수록 막판 변수를 예단할 수 없다”면서도 “과거 구 회장과 같이 호흡을 맞추며 일해봤던 인물, 뛰어난 실적으로 리더십 검증을 받은 브레인 중심으로 발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CEO 풀’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LG와 주요 계열사에서 잔뼈가 굵고 성과를 낸 인물들이 요직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정철동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 사장이 중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 사장은 권영수 부회장과 한 부회장의 뒤를 이어 LG디스플레이에서 중책을 맡았던 인물이다. 구 회장과 손발을 맞춰본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장 사장, 백상엽 LG CNS 미래전략사업부장 사장, 권일근 LG이노텍 최고기술책임자(CTO) 전무, 김동춘 LG화학 광학소재사업부장 상무 등도 주목받고 있다.
LG그룹 전체 임원 인사폭도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취임 첫해인 1995년 사상 최대 규모인 354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올해 인사에서도 계열사별로 실적에 따라 임원 승진과 교체가 대폭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원 승진 규모는 계열사 실적에 따라 좌우될 공산이 크다”며 “구 회장이 인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LG의 기업문화를 도전적인 분위기로 바꾸자는 메시지를 담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