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손경식 "상법 개정, 외국계 펀드 공격 부추길 것"

박상기 법무 장관과 정책 간담서

지배구조 개선 원점 재검토 호소

26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상법 개정 관련 정책간담회’에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손경식 경총 회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26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상법 개정 관련 정책간담회’에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손경식 경총 회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우리 기업들이 외국계 펀드의 위협을 뿌리치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26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을 원점에서 재검토 해 줄 것을 호소했다.

손 회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바람직한 상법 개정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열린 상법 개정 관련 정책 간담회에서 “상법상의 경영권 방어문제와 관련해서는 경영권 공격자와 방어자 간 규제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경영권 불안으로 경영자는 적극적 투자를 지양하는 보수적인 경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를 공격하는 등 외국계 투기자본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상법 개정으로 기업의 투자 심리가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다.


앞서 법무부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전자투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들의 주요 쟁점 관련 검토 의견을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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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상법 개정 관련 정책간담회’에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손경식 경총 회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26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상법 개정 관련 정책간담회’에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왼쪽)과 손경식 경총 회장이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손 회장은 산업 경쟁력이 악화하는 가운데 상법 개정까지 더해진다면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도 주장했다. 손 회장은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 산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미중간 무역전쟁까지 겹치면서 내년 경제전망도 밝지 않다”며 “이미 근로시간 단축, 협력이익 공유제와 같은 법안 개정이 한꺼번에 추진되면서 경제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또 “대립적 노사관계에 따른 고비용·저생산성 구조는 국제경쟁력 향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손 회장은 상법 개정과 관련해 해외 사례와 기업의 부담 여력을 감안해 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기업 지배구조와 지배권 조항 개선, 소액주주 권익보호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해외 사례와 기업의 부담 여력을 감안해 입법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지배구조나 투명경영 법제 선진국 버금가는 수준으로 마련돼왔다”며 경영투명성 개선을 위해 재계가 노력한 점을 참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총은 “대주주의 의결권 등을 제한하는 개정안이 현실화할 경우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에 대한 한국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이달초 국회에 기업 지배구조 개편안 반대 의견서를 냈다. 아울러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확보해줄 수 있는 방안을 우선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너가 지분을 싸게 매입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설 수 있게 하는 포이즌 필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경총 고위관계자는 “상법 문제를 두고 처음 마주 앉은 자리라 의견 접근을 이루긴 쉽지 않았다”며 “재계의 우려를 전달하되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 법제화 등 대안도 함께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기업과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를 법무부와 경총이 공유하는 만큼 공동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경총과 법무부는 추가 실무회의를 통해 의견조율을 한 뒤 상법 개정과 관련한 국회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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