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경찰은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해 현행범을 즉시 체포할 수 있고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을 어기면 징역형까지 받게 된다.
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가정폭력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가정폭력처벌법 응급조치 유형에 ‘현행범 체포’가 추가됐다. 경찰관은 이에 피해자 안전과 인권 보호 강화를 위해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즉시 격리할 수 있게 했다. 현재 가정폭력처벌법 응급조치 유형에는 폭력행위 제지, 가정폭력 행위자·피해자 분리 등이 있다.
또한 가해자가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위반했을 때 기존 과태료에 불과하던 제재 수단을 징역 또는 벌금 처벌로 강화하기로 했다. 접근금지는 거주지와 직장 등 특정 장소에서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 등 특정 사람 중심으로 변경한다. 긴급임시조치는 피해자와 법정대리인 외에 가정구성원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경찰의 가정폭력 사건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추진된다.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범죄유형별·단계별 가정폭력 사건 처리 지침을 마련하고, 재범위험성 조사표를 개선하기로 했다. 가정폭력 112 신고이력 보관 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확대하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현장 종결된 사안도 기록을 유지하기로 했다. 가정폭력 가해자가 자녀를 만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범죄를 막기 위해 격리와 접근금지 등을 담은 현행 피해자 보호명령 유형에 ‘자녀면접권 제한’을 추가한다. 피해자 보호명령 기간은 현행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한다.
가해자 엄벌 차원에서 상습·흉기사범 등 중대 가정파탄사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한다. 또한 정도가 심하고 재범 우려가 높은 가정폭력 가해자는 검사가 상담 조건으로 기소유예하는 상담조건부 기소유예제도 대상에서 배제한다. 가정폭력범죄에는 주거침입·퇴거불응죄 및 불법촬영 등이 추가된다.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은 “형사소송법에 있는 현행범 체포 요건을 가정폭력처벌법에 도입, 현장에서 가해자를 체포할 수 있게 명시하겠다”며 “흉기를 사용하거나 상습적으로 폭행을 가하는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룡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재벌 위험성을 고려해 접근금지 등 긴급임시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할 예정”이라며 “긴급임시조치를 위반한 가해자는 한시적으로 유치장에 유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지원을 위해 가정폭력 피해자 대상 전문 자립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가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시설,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에 일정 기간 머문 후 퇴소할 경우 내년부터 1인당 5백만원 내외의 자립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언어와 체류 문제 등을 겪는 결혼 이주여성들을 위해 폭력피해 이주여성 전문상담소를 신설하고, 가정폭력 피해자 개인정보 보호도 강화한다. 정부는 추진과제 가운데 법 개정 등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이 조속히 개정되도록 노력하고, 가정폭력 대응 매뉴얼 운영과 피해자 상담·보호·자립 지원 등은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달 발생한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등을 계기로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강화 등에 대한 국민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마련됐다. 가정폭력 사건은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즉시 분리하고 접근금지 등을 통해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존 제도는 피해자 보호에 미흡해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은 가족 안에서 일어나는 비인권적 폭력행위가 더는 ‘가족유지’ 명목으로 합리화되던 시대를 끝내고, 가해자와의 분리를 통해 피해자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한다는 점에서 기존 대책과 차별점이 있다”고 말했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