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순방에 나서기 직전 선거제 개편에 대한 의지를 거듭 드러내면서 국회 차원의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소수 야 3당은 선거제 개편 논의에 무관심한 거대양당을 몰아세우며 제도 개혁을 촉구하고 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만큼 제도 개편까지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제가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환송하기 위해) 공항에 나갔는데 대통령이 선거제 개편을 이번에 꼭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며 “선거제 개편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홍 원내대표는 “솔직히 말해 1당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지만 저희는 손해를 볼 각오를 이미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의석수 감소를 우려해 선거제 개편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식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기존 당론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의원 정수를 늘리는 문제를 우선 정리해야 한다”며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한국당이 한 명도 늘릴 수 없다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한국당은 아직 이렇다 할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아직 구체적 입장이나 당론을 말하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 여당이 먼저 안을 내놓은 다음에 야당이 움직이는 게 맞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앞서 우선 논의돼야 할 의원 정수 확대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이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정의당은 이날 “거대양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즉각 도입하라”고 촉구하며 민주당과 한국당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