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결정으로 연구개발 법인 설립에 제동이 걸리면서 한국GM 내부에서는 글로벌 GM의 구조조정 태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GM의 신차 전략은 글로벌 조직의 계획 따라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는데 한국GM만 톱니에서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우려다.
더욱이 한국GM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릴 시간조차 없는 상태다. 26일(현지시간) 바라 회장이 북미 지역 5개 공장(디트로이트·오하이오·메릴랜드·미시간·온타리오)의 가동 중단과 함께 내년 2곳의 해외공장의 문을 추가로 닫겠다는 폭탄선언으로 구조조정 태풍에 휩싸인 상황이다. 최대 1만4,000여명을 감축해 전기차와 자율주행 서비스 등 ‘모빌리티(Mobility)’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GM은 연구개발 법인 설립이 지연되면 신형 SUV 개발도 늦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GM은 최근 4년간 약 3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이에 올해 미국GM과 산업은행이 7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며 경영정상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내수 판매대수(10월 기준)는 7만4,595대로 지난해에 비해 32% 감소했다. 부평 2공장의 가동률은 30%까지 하락했고 창원공장 역시 판매 부진으로 가동률이 50% 수준이다. 올해 중형 SUV 이쿼녹스가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달 내놓은 말리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지 못할 경우 상황은 심각해진다. 신차를 제때 내놓고 판매대수를 끌어올려야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해소하고 미국GM이 밝힌 해외공장 폐쇄 계획(2곳)에서 이름을 뺄 수 있다. GM에 정통한 관계자는 “글로벌 GM의 거대한 구조조정 바람을 한국만 안 맞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착각”이라며 “어떻게든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