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교황 조국 찾은 文대통령 "헌신적인 동포들 덕분에 교황도 방북 수락"

G20 순방 나선 文 아르헨티나 동포 간담회

워킹홀리데이 및 사회보장협정 체결 약속

국립역사기념공원 방문, 군부독재 희생자 추모

2018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들의 이름이 쓰인 벽을 둘러보다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2018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9일 오후(현지시간) 군부 독재 시절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라플라타 강변에 마련된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희생자들의 이름이 쓰인 벽을 둘러보다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G20 정상회의 참석차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북을 수락한 데는 동포들의 힘이 컸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문 대통령이 바티칸에서 직접 알현한 프란치스코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최초의 중남미 출신 교황이다.


체코를 거쳐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동포 230여명을 초청해 만찬을 겸한 동포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교구의 보좌주교로 있던 시절, 한인 동포사회와 아주 귀한 인연을 맺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께서 병원 사목을 위한 봉사자를 찾고 있을 때 한국의 성가소비녀회 수녀님들이 달려와서 기꺼이 그 역할을 해주셨고, 문한림 주교님과 동포 사회가 다리 역할을 해 줬다”며 “이 이야기는 교황님께서 제게 직접 해 주신 이야기”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 후로 한국의 수녀님들은 20년 넘게 봉사하며 현지에서 올해의 사회봉사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특히 빈민촌의 천사 세실리아 이 수녀님은 많은 아르헨티나인들의 존경과 찬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교황께서 남북평화를 위해 축복과 기도를 여러 번 보내 주셨고, 또 여건이 되면 방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셨는데, 한인 동포사회와의 깊은 인연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생각한다”며 “진심으로 동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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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통령이 아르헨티나를 방문한 것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방문 이후 14년 만이다. 아르헨티나에는 우리 교민이 약 3만 명 거주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1965년 부산항을 떠나 아르헨티나에 정착한 이민 세대들의 서로를 도우며 성장했던 일화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한인 동포 사회가 대단한 것은 개척정신만이 아니다. 동포 여러분의 ‘나누고, 돕고, 함께 잘사는 정신’도 놀랍다”며 “빈민 지역 판자촌에서 시작한 아르헨티나의 한인 동포사회는 현재 아르헨티나의 중심 상권인 아베쟈네다 상가 절반가량을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포 여러분께서 보여 주신 ‘나누고, 돕고, 함께 잘사는 정신’이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국가의 뿌리”라며 “포용국가의 비전이 바로 여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오히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실천되어 왔다는 것이 놀랍고, 고맙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아르헨티나와의 교류도 발전시킬 방침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마끄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의 신뢰를 한 차원 더 높이겠다”며 “워킹홀리데이 협정을 체결해 양국 청년들이 상대국에서 일과 문화체험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사회보장협정을 체결해 납세와 연금 혜택이 양국 간에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동포간담회에 앞서 아르헨티나 국립역사기념공원을 방문해 헌화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 공원은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시절에 무차별적인 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자 부에노스아이레스시 북쪽 라플라타 강변에 조성됐으며, 당시 희생자는 약 3만명으로 추산된다.

아르헨티나는 1955년부터 1983년까지 모두 8차례의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고, 그중에서도 1976년 쿠데타로 집권한 비델라 정권의 통치는 이른바 ‘더러운 전쟁’(Guerra Sucia)이라고 불릴 정도로 잔혹하고 억압적이었다. 당시 군부세력은 정치·경제 위기 극복 미명 하에 국가재건 목표를 내걸고 반체제 성향의 사회·노동 운동가와 지식인들을 납치·불법구금·고문·살해했다. 문 대통령은 헌화 후 아르헨티나의 반독재·민주화 투쟁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5월 광장 어머니회’ 관계자들을 만나 위로하는 한편, 이들이 군부독재 인권 탄압에 항거하고 민주화 이후에도 참혹한 역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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