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준금리 인상] 가계 이자부담만 2.5조 늘어... 주담대 금리도 5% 육박

자산 다 팔아도 빚 못갚는 '고위험 가구' 39만개로 늘어

영업이익으로 이자 못내는 중기 10만곳 '상환 빨간불'

600만 자영업자 부담도 가중..."시스템리스크 전이 막아야"

한국은행이 3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시민들이 대출상품 안내문이 잔뜩 붙어 있는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앞을 지나가고 있다./송은석기자한국은행이 30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시민들이 대출상품 안내문이 잔뜩 붙어 있는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앞을 지나가고 있다./송은석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계 가계나 기업, 다중채무자 등을 중심으로 부실이 확산될 경우 내수는 물론 시중은행과 실물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번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부담은 2조5,000억원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3·4분기 기준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 잔액은 1,427조7,000억원으로 변동금리 대출이 70.2%임을 고려할 때 금리 인상분(0.25%포인트)이 그대로 대출금리 인상에 반영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150만명에 달하는 취약차주는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로 당장 비상이 걸렸다. 한은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7~10등급)인 취약차주는 149만9,000명으로 이들의 대출은 85조1,000억원이다. 전체 가계대출의 6.0%로 지난해 말보다 2조4,000억원 늘었다. 이번 금리 인상은 이들 취약차주에는 태풍이 될 수 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약계층은 다중채무자이며 애초에 높은 금리를 물고 있기 때문에 상환부담은 일반 대출자보다 더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가계대출 금리는 이미 슬금슬금 오르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인위적으로 가산금리 등을 누르고 있지만 이번 금리 인상에 따른 추가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가 더 부담해야 할 이자는 연 15조원에 이른다. 가구당 연 80만원가량 이자 부담액이 늘어나는 셈이다. 한은은 금리가 1%포인트 올라갈 경우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대출 ‘고(高)위험 가구’가 39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이미 연 5%에 육박해 서민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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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은 한계기업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을 계기로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표를 의식하다 보니 오히려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확대 등 좀비기업을 연명시키는 쪽으로 방향이 틀어질 경우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 수는 외부감사 수감기업을 기준으로 3,112곳이다. 지난 한 해만을 따져 전체 법인으로 대상을 확장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 내는 기업은 9만7,966곳으로 전체의 20.3%에 달한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내년 1·4분기 이후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자동차 부품업체 등 중소기업들의 부실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은행들도 충당금 추가 적립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강병원 의원실이 나이스평가정보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2만2,000여개 외부감사 기업 가운데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지난 2017년 말 대비 한계기업은 564곳이 더 늘어나고 2만명이 추가로 고용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0.36%에서 올해 9월 말 0.54%로 상승하는 추세다. 아직 절대적으로 위험 수치는 아니라고 해도 금융권에서는 최근 들어 부실채권이 빠르게 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도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올해 들어 자영업자 대출은 빠르게 증가했고 최근에는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늘어났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영업자 600만명의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598조원인데 금리 인상 때문에 부담이 더 커졌다”면서 “금리가 오른 적 없는 지난 1년 동안에도 10만명 이상의 자영업자가 폐업했는데 대출금리·최저임금 인상이 합쳐지면 많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에다 금리 인상의 여파까지 겹쳐 경제가 둔화할 수 있어 대출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저소득층 중심의 위험계층과 일부 기업들에 상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막도록 잘 모니터링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원·임진혁·손구민기자 garden@sedaily.com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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