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공모형 해외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2조 1,66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에만 자금이 3,876억원 몰리면서 작년 초 1조원에 불과했던 규모가 두 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형 해외 부동산 펀드를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11월 초 기준 37조원에 달한다. 2012년 70조원 규모였던 국내 주식형 펀드가 최근 52조원 수준까지 쪼그라든 것과 정반대로 해외 부동산 펀드는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글로벌 주요 지역의 빌딩·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이나 부동산투자회사(리츠)에 투자한 뒤 임대료 등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상품이다. 기관투자가나 고액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부동산 펀드에 2010년 공모형 펀드가 등장하며 일반 투자자도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해외 부동산 펀드가 최근 주목 받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 덕분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드면 28일 기준 해외 부동산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49%를 기록했다. 미국 중국 무역전쟁,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등 각종 변수로 인해 시장이 출렁대며 같은 기간 약 17% 추락한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선방이다. 특히 해외 부동산 펀드 중 미국과 일본에 투자한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평균 9%를 넘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국내외 부동산 펀드 63개를 투자 지역별로 나눠 연초 이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미국(10.2%)이 가장 높았고 일본(9.5%)이 그 뒤를 이었다. 미국은 경제 성장률인 상승국면인 점, 일본은 다가오는 2020년 도쿄 올림픽 기대감에 부동산 가격이 활황이라는 평가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국과 일본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부동산 펀드에도 투자자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28일 기준 올해 3,005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며 지난달 초 국내 부동산 펀드 설정액은 사상 처음 8,000억원을 넘어섰다. 올 들어 종합부동산세, 대출규제 강화 등 주택 시장에 대한 규제가 쏟아지면서 자금이 중소형 빌딩 투자로 옮겨왔고 최소 가입금액을 100만원까지 낮춘 부동산 펀드가 등장한 덕분으로 평가된다. 수익률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부동산 펀드 올해 수익률은 2.17%로 그리 높지 않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16.96%)를 압도한다.
다만 부동산 펀드 투자 시 주의할 사항도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운용이 2012년 내놓은 브라질 부동산 펀드는 설정 당시 800억원을 모았지만 브라질 헤알화 가치 급락으로 펀드 잔고가 200억원 대로 쪼그라들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환율 등 해외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수익률 변동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자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 위험 분산 차원에서 투자하는 게 현명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