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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DMZ 평화관광' 세계인이 찾는 브랜드로 만들 것"

남북교류 활성화로 대륙횡단 열차 생기면 경제 효과 무궁무진

한국형 지역 콘텐츠 개발, 국내여행 경쟁력 강화·인바운드 확대

中 '씨트립 해프닝' 불구 관광 정상화 의지 있어 유커 귀환 기대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권욱기자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권욱기자



대담=문성진 문화레저부장(부국장)hnsj@sedaily.com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갈등과 반목의 상징이었던 비무장지대(DMZ)가 화해와 공존의 상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DMZ 일대를 둘러보는 평화관광 코스를 전 세계인이 즐겨 찾는 여행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안영배(56·사진)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최근 서울 중구 청계천로의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멋진 풍광으로 가득한 한반도의 관광자원과 대한민국의 자본력을 접목하면 엄청난 파급효과가 생길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 철도 구간에 대한 남북의 공동조사가 얼마 전 시작된 가운데 안 사장은 “양국의 교류 활성화로 서울을 구경한 뒤 평양으로 바로 넘어가는 대륙횡단 열차가 달리게 되면 ‘한반도 평화관광’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급증하지 않겠느냐”며 “남북 관광교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관광공사는 지난 8월 조직개편을 통해 ‘한반도관광센터’를 신설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인천·경기·강원 등 3개 광역시, 10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DMZ 평화관광추진협의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관광공사를 비롯한 각 지자체는 DMZ 인근에서 공연 행사와 예술제를 개최하거나 접경지역을 관광특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한반도 관광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올해 5월 관광공사의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된 안 사장이 국내 일간지와 인터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3월 이후 국내 관광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얘기가 나오자 인터뷰 내내 편안해 보이던 안 사장의 얼굴에 근심 가득한 표정이 감돌았다. “지난달 13~15일 ‘한중 문화관광교류대전’ 참석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관광공사의 중화권 지사장들과 회의도 갖고 현지 분위기도 살펴봤는데 생각 이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방한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현지 여행사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중국과 국내 여행사 간의 유통 채널이 상당 부분 차단됐습니다. 올 한 해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475만명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13.8% 늘어난 수치지만 807만명의 ‘유커(遊客)’가 왔던 2016년에는 한참 모자라는 수준입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지난해 3월 이후 현지 여행사들의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봉쇄했으며 현재까지 베이징·산둥·충칭·상하이·우한 등 일부 지역에 한해서만 한한령을 해제하는 ‘뒤끝’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상품 판매와 크루즈·전세기를 이용한 방한은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 바로 얼마 전에는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씨트립이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가 하루도 안 돼 관련 상품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하는 황당한 해프닝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 사장은 “한국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전면 개방이 시작됐다’는 식의 분석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당국과 씨트립이) 부담을 느낀 듯하다”며 “최근 일어나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 시점을 구체적으로 못 박기는 힘들더라도 사드 보복을 완화해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14억 인구 가운데 해외 관광객만 1억3,000만명에 달하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홍콩이나 마카오로 놀러 가는 ‘역내 관광객’을 제외해도 4,300만명이나 됩니다. 시장 다변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지만 중국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입니다.”


안 사장은 여전히 심각한 해외 관광객의 수도권 편중 현상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듯, 앉은 자리에서 자료 한번 보지 않고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해 가며 관광객의 편의 도모를 위한 교통 인프라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가운데 서울을 제외한 지방 도시만 방문한 사람은 21.2%에 불과했습니다. ‘방한 외래객 2,000만 시대’를 열기 위한 첫 번째 과제가 관광객의 지방 분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한국에는 8개의 국제공항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국제노선 취항이 활발한 곳은 인천·김포·김해·대구·제주 등 5곳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늘 비교대상이 되는 일본의 경우 한국 직항 노선을 운영하는 공항만 28곳에 달합니다. 교통 인프라의 한계가 지역 관광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는 만큼 관광공사에서도 지방 공항의 국제노선 확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지속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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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사장은 이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떨어뜨리는 불합리한 규제를 손볼 때가 됐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안보 문제 등을 내세운 한국 정부의 규제 탓에 ‘구글 맵(지도)’의 ‘도보 길 찾기’나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할 수 없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이런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가 인바운드 여행객 유치 규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홍보처 차장을 거쳐 지난해 19대 대선 때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캠프에서 활동한 안 사장은 관광공사 사장 임기 동안 역점을 둘 사업으로 ‘한국형 DMO(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지역 마케팅 기구) 모델’ 개발을 꼽았다. DMO 모델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업계, 지역 주민들이 함께 맞춤형 여행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으로 관광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은 2015년부터 이 방식을 기본으로 산업전략을 짜고 있다. 관광공사는 각 지역에 특화된 관광 콘텐츠가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면 국내 여행 활성화는 물론 궁극적으로 해외 여행객의 지방 분산을 통한 인바운드 시장 확대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사장은 “먼저 지역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스토리’를 입힌 다음 수용 태세를 점검해 정부와 관광공사가 적절한 지원을 펼치는 DMO 모델은 앞으로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관광공사와 경남 남해군이 관광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바로 이러한 작업이 한국형 DMO 모델 개발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총 사업비 200억원을 투자해 남해읍을 한려수도의 거점으로 육성하고 글로벌 관광자원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권욱기자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 /권욱기자


안 사장은 영화·드라마·음악 등 대중문화 분야에서 세계 무대를 호령하는 한류 콘텐츠를 관광상품과 접목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관광공사가 인기리에 종영된 ‘미스터 션샤인’의 핵심 무대가 된 논산의 ‘선샤인랜드’를 지자체와 손잡고 충남 관광의 랜드마크로 육성하기로 한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안 사장은 “지난해 한류 스타의 팬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143만명에 달했다. 특히 한류 관광객은 충성도가 아주 높아 3~4회 이상 재방문하는 경우도 흔하다”며 “영상 콘텐츠와 K팝 등 한류를 테마로 한 다양한 관광 코스를 개발하면 여행산업 발전과 대한민국의 이미지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사장은 사드 갈등으로 타격을 입은 방한 관광시장의 회복과 함께 시장 다변화 전략을 멈춤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드러냈다. “올해 말레이시아와 대만 관광객은 지난해와 비교해 20% 이상 늘었고 베트남 여행객은 42.5%나 상승했습니다. 이제 남은 곳은 17억 인구를 보유한 무슬림 시장입니다. 무슬림 관광객을 공략하기 위해 할랄(Halal) 식당과 기도원 같은 편의시설을 꾸준히 확대하려고 합니다. 조만간 ‘유커의 귀환’이 본격화하고 시장 다변화 전략도 제대로 먹혀들면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이 관광강국으로 우뚝 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리=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62년 서울 △1989년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2001~2003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2003~2004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2004~2006년 대통령비서실 국정홍보비서관 △2006~2008년 국정홍보처 차장 △2010~2013년 노무현재단 사무처장 △2016~2018년 5월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 △2018년 5월~ 한국관광공사 사장

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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