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7)씨는 지난 10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 쿠쿠밥솥 정품을 싸게 판다는 글을 보고 게시자에게 29만원을 송금했다. 인터넷 최저가보다 1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에 사기를 의심하기도 했지만 게시자의 판매 이력과 수십개의 구매 댓글을 보고 별 의심 없이 돈을 보냈다. 그러나 판매자는 잠적했고, 김씨는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김씨는 “댓글에 등록된 구매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기인지 확인까지 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상품을 수령했다고 댓글을 단 사람들도 게시자와 한통속이었던 것 같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2일 경찰과 중고거래 커뮤니티에 따르면 개인 간 중고거래에서 ‘먹튀’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쿠쿠밥솥 판매자는 올해 7월부터 중고나라에 쿠쿠밥솥 10여 종류를 판다며 20차례 이상 글을 올리고 구매 희망자들로부터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챙겼다. 초기 몇몇 구매자에게는 실제 제품을 보내거나 환불을 해주며 신뢰를 쌓았다는 게 피해자들 설명이다. 한 피해자는 “게시자가 제품 출고가 지연되고 있다고 돈을 돌려주더니 며칠 뒤 다시 전화를 걸어와 제품이 준비됐으니 다시 돈을 보내달라고 해 송금했다”면서 “현재는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신혼부부를 비롯한 피해자들은 현재 ‘쿠쿠밥솥 배송지연 모임’이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피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해당 채팅방에 참여하고 있는 피해자는 2일 기준 전국에서 200명이 넘었다. 피해금액은 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몇몇 피해자들은 경찰서에 신고를 접수한 상태다. 서울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게시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는 없지만 거주지가 전남 여수로 추정돼 현재 사건을 관할서로 이관했다”며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가까운 경찰서 사이버수사팀으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중고거래 커뮤니티는 사기꾼들의 손쉬운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중고나라에 허위 매물을 올려 피해자 800명에게 3억원이 넘는 돈을 편취한 피의자가 붙잡혔다. 2015년 상반기에는 전체 인터넷 사기 범죄의 67%가 중고나라 카페를 통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제공자가 거래에 문제가 있는 지 여부를 하나하나 체크하기 어렵다”며 “소비자들이 가급적 직거래를 피하고 안전한 인증 거래를 이용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