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코드에 따라 경찰 권력이 움직이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집회·시위 관리다. 그동안 경찰은 정권 교체기를 기점으로 집회·시위 대응 기조를 유연에서 강경으로, 강경에서 유연으로 손바닥 뒤집듯이 바꿔왔다. 역대 경찰 수뇌부들이 집회·시위 대응방침을 정권과의 ‘코드 맞추기용 도구’로 활용하면서 일선 현장의 경찰관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실제 경찰 내부에서도 정권 코드에 따라 경찰권 행사 기본원칙이 흔들리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경찰인권센터가 2016년 페이스북을 통해 전·현직 경찰 1,7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역대 최악의 경찰청장으로 강신명 전 청장을 꼽았다. ‘재임 중 지나치게 정권을 의식했다’는 이유에서다. 강 청장은 임기를 채운 역대 세 명의 청장 중 한 명으로 기록됐지만 정권이 바뀐 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지휘책임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근 현직 경무관이 경찰 고위직 인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항명한 것도 개인적 불만 차원을 넘어 청와대 등 정권에 좌지우지되는 경찰 인사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 보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개혁위원회가 지난해 ‘경찰권 행사 기본원칙’ 중 하나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주문했지만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은 인사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외압에서 벗어나 국민만 바라보며 직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