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정상의 ‘비핵화 우선’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문 대통령도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대북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여건이 조성되면’이라는 단서를 붙인 대북 제재 완화 주장이 정부 여당 쪽에서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번 합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강조했던 ‘딴소리’와 ‘단독행동’ 금지를 한미 정상이 분명히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 양국 정상 간 합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남북관계를 한미 간에 완전하고 세밀하게 조율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비핵화가 이행되기도 전에 제재 완화 같은 목소리가 더 이상 나와서도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계속 말했지만 북한이 비핵화를 힘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그에 따른 상호 신뢰관계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말했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설명은 이런 의미에서 적절한 발언이라고 보기 힘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문제도 마찬가지다. 양국 정상이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고 표현했지만 여기에 지나치게 매달릴 필요는 없다. 우리 정부가 답방에 목을 맨다면 북측이 필요 이상의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고 이는 남북관계를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중요성은 인식하되 비핵화의 기본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