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KIKO·파생금융상품) 피해기업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재조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피해기업과 국회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피해기업들의 신속한 구제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금감원이 뒤늦게나마 피해 상황에 대한 재조사에 돌입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키코 사태가 남긴 부작용을 면밀하게 따지는 한편 차제에 우리 금융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는 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열린 ‘2018 금융감독원 키코 재조사 및 피해기업 구제방안 대토론회’에서 “금감원은 지난 6월말부터 법원에서 판결받지 않은 키코 피해기업의 신청을 받아 분쟁조정국·검사국 합동 ‘키코 사건’ 전담반을 설치하고, 현재 조사가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키코는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국민적인 쟁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세균·민병두·송영길·표창원 의원,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 윤영일 민주평화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김종훈 민중당 의원 등 여야 9개 의원실과 금융소비자연맹·금융정의연대 등 7개 시민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조 대표는 “현재 키코는 2012년 민사소송의 대법원 판결에 패소해서 다 끝난 일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파생상품의 고향인 미국의 감독 당국은 키코 사태에 대해 전혀 다른 의견을 개진했다”면서 “미국 선물거래위원회는 ‘키코 사건에서 2~7배 이상 가치 차이가 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키코 사건은 은행 측이 교환대상의 가격을 산정할 때 고객에게 정보를 숨기고 고객을 잘못 인도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뱅커스 트러스트 대 깁슨 그리팅스(Bankers Trust vs. Gibson Greetings)사건과 유사성을 가진다”며 “이같은 경우는 형사 사건의 대성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문귀호 전 21세기조선 회장은 “키코는 투기 상품이며 기업의 리스크 관리가 불가능한 상품이었다”고 비판했다. 문 회장은 “선박회사들은 선박 계약일로부터 인도일까지 통상 2~3년 걸리기 때문에 예측 불가한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선박계약가의 50~60%를 선물환 헤징을 한다”며 “2007년 키코 상품에 가입한 후 환율 급등으로 이후 3년간 3,800억원의 파생상품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이는 정상 영업으로 20~30년 유지해야 피해액 복구가 가능한 규모”라며 “결국 2013년 10월 회사를 청산했다”고 덧붙였다. 송기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는 “금감원은 처음 키코 사태가 발생했을 때 철저하게 조사해 피해 기업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시급하게는 대법원 사법농단 키코 재판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대한 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키코는 환율 등락에 따른 옵션을 기초로 만들어진 파생금융상품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당시 은행과 키코계약을 맺은 많은 중소기업의 피해가 속출했다. 키코 분쟁 당시 분쟁신청을 하지 않았던 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원글로벌·남화통상 등 4개 피해기업은 분쟁 조정을 신청해 그동안 금감원이 이들 기업과 해당 은행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해왔다. 분쟁조정위원회는 금감원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넘겨받은 후 키코 상품의 판매에 대해 은행의 위법사실이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은행을 검찰에 고발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