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유죄 확정판결의 오심을 가리는 재심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 처리 기한 규정을 두는 등 현행 재심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3일 인권위는 재심 재판의 빠른 처리를 위해 검사의 불복제도를 개선하는 등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을 마련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대법원장에게는 재심개시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와 재항고 재판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고, 재심개시가 결정되면 적극적으로 형의 집행 정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이번 권고는 지난 2001년 3월 친부살해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으나 수사 과정의 부당함이 인정돼 무기수 가운데 처음으로 재심 대상자에 오른 김신혜(41) 씨의 진정에서 비롯되었다. 김 씨는 2015년 1월 재심을 청구한 후 당해 11월 법원으로부터 재심개시 결정 소식을 들었지만, 이후 검사의 거듭된 항고 및 재항고로 3년이 지난 올해 9월에 재심개시 결정이 나왔다. 이렇게 재심 재판이 지연되고 인신 구속 상태가 이어졌다며 김 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형의 집행 정지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조사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김 씨의 진정을 각하했다. 하지만 현행 재심제도가 과연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기여하고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지를 따지고자, 인권위는 이번 권고 및 의견 표명을 결정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형사사건 재심청구 후 재판부의 재심개시 결정까지 가장 오래 걸린 기간은 올해 10월 29일 기준으로 무려 7년 12일에 달했다. 또한 재심개시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기각결정은 최장 9년 32일, 재항고 기각결정은 최장 3년 182일이 걸렸다. 24년 만에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일명 ‘유서대필사건’ 또한 최종 재심개시 결정까지 3년 3개월이 흘렀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현행 재심제도가 검사의 즉시 항고권과 재항고권이 폭넓게 보장되고, 그마저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재심개시 확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의 경우 1964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재심개시 결정에 대한 검사의 즉시 항고권을 폐지했다. 또한 일본의 경우 검사의 재항고권을 헌법위반과 판례 위반 사유로만 제한했다고 인권위에서 밝혔다.
이에 인권위는 즉시 항고권 폐지나 재항고 사유제한 등을 검토해야 하며, 법원이 재심 재판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따로 처리 기한 규정을 두는 등 제도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 외에도 인권위는 사법적 구제절차로서 재심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재심청구인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없는 것으로 소명되면 형집행정지가 원칙적으로 적용되도록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판단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