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기고] 혁신 인프라, 수출강국 재도약의 필요조건

기업의 부단한 혁신 노력과

정부의 규제개혁 지원에

'무역대국 한국' 운명 달려

윤상철 단국대 무역학과 교수




무역은 불확실하고 험난한 모험이지만 성공하면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이다. 오래전부터 그 매력에 거부(巨富)가 되려는 많은 상인과 국가가 무역에 뛰어들었다. 상인다운 도전정신과 제품 두 가지만 있다면 도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난을 이겨내기 위해 한국이 무역에 나라의 운명을 거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1946년 수산물에서 시작한 우리나라 수출은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며 1964년 1억달러를 돌파했고 그해 무역의 날이 제정됐다. 그리고 55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11월까지 7개월 연속 수출 500억달러 돌파를 기록했고 연말 누적으로 수출 6,000억달러, 무역 1조달러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 신흥국 경기불안 등 어려운 여건에서 이뤄낸 성과이기에 의미가 크다.


일각에서는 외형성장에 치우친 부분적 성과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외형적 성장도 결코 그냥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우리는 세계를 누빌 수 있는 실력을 가졌고 환경에 맞춰 진화할 수 있는 혁신 DNA를 품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고부가가치 품목인 D램 반도체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한국 기업은 경쟁자와의 초격차전략을 통해 기술우위와 시장점유를 확고히 하고 있다. 또 시스템반도체·이미지센서 등 미래 반도체 시장 개척을 위해서도 공격적인 투자와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의 반도체 가격 하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2년간의 초과 수요가 해소되며 발생한 현상이며 우리 기업의 제품경쟁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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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선박의 경우 2008년 이후 글로벌 선박 발주량 급감과 한중일 간 출혈경쟁으로 극심한 수주가뭄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우리 조선사는 수백 개의 중국 조선소가 문을 닫는 상황에서도 원가절감과 기술혁신으로 불황기를 버텨냈고 올 들어 7년 만에 다시 조선 수주 세계 1위를 탈환했다. 올해 한국은 전 세계에서 발주된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43척 중 무려 41척을 싹쓸이했다.

선진국의 기술우위와 독점체제에 밀려 수출이 어려웠던 신산업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전기차·항공우주·로봇 등 8대 신산업 분야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8%, 유망 소비재 중 화장품은 32.6%, 의약품은 23.4% 증가했다. 중국 내 K뷰티 열풍으로 중국인들의 한국 화장품 온라인 직구는 2015년 2,035억원에서 지난해 2조원으로 10배가량 증가했고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대규모 기술수출 소식도 계속 들려오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과 혁신 DNA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를 과감히 혁파해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과 기술혁신을 독려하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한 글로벌 경쟁력 순위를 보면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보급, 인프라 등 산업기반 분야는 10위권에 들었지만 무역·상품시장 효율성(67위), 노동시장 유연성(48위), 사회·정치제도(27위) 같은 사회·경제 시스템 분야에서는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다행히 얼마 전 국회에서 ‘규제 샌드박스 3법’이 통과되고 정부는 신산업 창출과 주력산업 업그레이드 전략을 담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규제개혁과 혁신성장 지원이 국가적 과제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수출지원기관인 한국무역보험공사도 혁신 중소기업과 신산업 및 유망소비재 수출기업에 대해 보험료 특별할인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이 세계 6위 수출 규모에 걸맞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업의 부단한 혁신과 정부의 규제개혁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12월5일 무역의 날 55주년을 맞으며 우리 무역이 오늘날까지 성장하는 데 헌신해온 모든 무역인들에게 존경과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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