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교통단속에 앙심을 품은 30대들이 단속 경찰관이 ‘뺑소니’를 쳤다고 허위 신고했다가 덜미를 붙잡혔다.
5일 서울 관악경찰서는 무고·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현모(34)씨와 이모(34)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현씨 등은 지난 6월 9일 오전 1시 30분경 관악경찰서에서 “경찰관이 사고 이후 부상에 대해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허위 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씨는 허위 신고한 사고로 100만원가량의 보험금도 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현씨는 사건 당일 0시 36분께 관악구 봉천로 주택가 일대에서 직장동료인 이씨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주행하던 중 순찰 중인 경찰관의 불심검문을 받았다.
당시 날치기 예방 순찰 중이던 경찰관은 순찰차를 타고 가다 현씨를 발견하고 검문했다. 당시 현씨 등은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았고, 경찰은 이에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범칙금을 통고처분했다.
현씨는 검문을 받고 1시간이 지난 뒤 관악경찰서 교통조사계에 방문해 “경찰관이 오토바이를 급정지하게 해 발목을 접질렸다”며 ‘뺑소니’ 교통사고를 허위 신고했다. 현씨는 경찰관이 부상에 대한 조치도 없이 떠났다며 ‘교통사고 발생 상황 진술서’를 작성했다. 이에 경찰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건을 접수했다.
조사 과정에서 단속 경찰관은 “오토바이를 검문하기 위해 천천히 서행하며 정지를 유도했기 때문에 급정지한 사실이나 접촉한 사실이 없다”며 “운전자는 다치지 않았고, 검문에 불만을 품고 앙심을 품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당시 현장에 있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순찰차와 오토바이가 부딪치는 장면이나 현씨 등이 통증을 호소하는 장면은 없었다. 오히려 현씨 등은 순찰차가 떠난 후 현장에 CCTV가 있는지 확인하는 듯했고, 태연히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경찰이 병원기록부를 확인한 결과 현씨는 의사에게 순찰차와 추돌했다는 거짓 진술을 통해 전치 2주의 진단서를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사고가 발생한 지 보름가량이 지난 6월 23일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의사에게 거짓말해 전치 3주의 진단서를 받았다.
조사 내내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현씨 등은 경찰이 CCTV와 진단서 등의 증거를 내밀자 송치 직전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권력으로 인권침해가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공권력에 대항하는 공격적 성향이 최근 늘고 있다”며 “악의적인 무고와 보험범죄는 단호하게 처리하겠다”고 전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