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화합 무대된 부시 장례식, 우린 이런 모습 왜 못보나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이 5일(현지시간) 국장으로 엄수됐다. 장례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들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물론 지미 카터,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등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들도 모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전현직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합의 정치로 탈냉전과 동서화합을 이끌었던 정치인이 마지막 가는 길에는 예우만 있었을 뿐 당적과 이념의 차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한때 대권을 놓고 다퉜던 경쟁자들은 고인이 남긴 화합의 정치 앞에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1992년 대선에서 부시와 맞붙은 적이 있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은 최근 기고에서 부시의 열린 리더십을 회고하며 아쉬워했고 밥 돌 전 민주당 상원의원은 휠체어에서 일어나 관에 누운 자신의 라이벌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독설가인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만큼은 원수처럼 여기던 오바마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화합과 타협의 아이콘 앞에 대립과 갈등은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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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이런 정치를 보기 힘들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에 잠시 보였던 타협과 대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 정치인에게 자신과 다른 의견과 행동은 모두 ‘적폐’고 ‘아집’일 뿐이다. 국민의 삶이 고통스럽든 말든, 내년 예산안이 법정시한을 넘기든 말든 자신의 주장을 무조건 관철하는 것만이 정의라고 주장한다. 정치가 이러니 사회가 제대로 설 리 없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아우성이 일고 거리가 시위로 몸살을 앓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나라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조장하는 마이너스의 정치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대화와 타협으로 사회를 안정시키고 경제를 살리는 ‘플러스 정치’가 나와야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부시를 “의견이 다르다고 적이 아니라고 여기고, 다른 견해에 마음이 열려 있으며, 우리 자녀의 미래를 위해 타협해나가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도 이제 상대를 포용하고 이해할 줄 아는 그런 정치를 보고 싶다. 국민의 삶을 편안하게 하고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길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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