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법관 '집단적 의사표명'에 사법 정치화 우려

‘사법농단’ 법관 탄핵 - 반대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

● 국회가 결정할 사안에 법관대표회의가 관여

● 정치적 성격문제 개입, 사법독립 훼손 가능성

● 판사 불신에 재판 공정성 의혹 확산될 수도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농단 연루의혹 판사에 대해 국회가 탄핵소추를 검토해야 한다고 의결한 것을 두고 찬반양론이 맞서고 있다.


지난달 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한 법관 105명은 법원행정처의 재판개입과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한 판사에 대해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국회에 탄핵을 요구하라고 주문했다. 헌법 65조는 법관이 그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할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으며 이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 재적의원 과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정의당이 지난 4일 탄핵소추 대상이 될 법관 15명 명단을 발표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선정작업에 착수하는 등 진보진영은 법관탄핵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보수 야당은 반대하고 있다. 법관회의의 법관탄핵 의결에 찬성하는 측은 국가의 법질서를 부정·왜곡한 법관들이 법정에 다시 서지 못하도록 제대로 응징할 수 있는 수단은 탄핵뿐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법관 탄핵 문제에 대해 법관들이 집단적으로 의사표명한 것이 사법의 정치화로 비치고 법관의 독립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우리 사회를 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가는 이슈 중 하나가 사법농단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들에 대한 탄핵 문제다. 법관에 대한 탄핵 문제는 헌법에 따라 결정될 문제로 법관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했을 때 국회가 탄핵소추할 수 있다. 국회가 법관을 탄핵소추하면 헌법 제111조에 따라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그런데 이 문제가 더 큰 이슈가 된 것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들에 대해 탄핵소추 건의를 의결했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라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송절차, 법원의 내부 규율 및 사무처리에 관해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 대법원의 규칙은 법률의 하위 규범이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을 위배해서는 안 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2018년 대법원 규칙에 근거한 사법부의 공식기구가 됐다. 여기서는 전국법관대표회의라는 기구를 대법원 규칙으로 공식화할 수 있는지는 논의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대법관을 제외한 일반 법관들의 대표가 모인 회의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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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법관대표회의의 법적 지위는 논외로 하더라도 사법부의 일반 법관을 대표하는 기구가 의혹을 받는 법관들에 대해 탄핵소추 건의를 의결했다는 것이 논란의 대상인 것이다. 이 문제를 정리하면 사법권을 행사하는 법원의 구성원인 법관이 동료 법관의 탄핵소추를 해달라고 입법부인 국회에 건의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물론 동료라고 해도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다고 판단돼 탄핵소추가 돼야 할 만큼 문제가 있다면 탄핵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법관들이 여론을 고려하면서 공식적으로 탄핵소추를 건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탄핵제도를 이원화해 국회의 탄핵소추를 거쳐 헌법재판소에 의한 탄핵심판을 받도록 하고 있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법관을 탄핵소추의 대상으로 하고 있다. 법관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다면 탄핵소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절차에 대해 행정부와 사법부의 고위공직자에 의한 헌법침해로부터 헌법을 수호하고 유지하기 위한 제도라고 했다. 또한 탄핵심판절차의 목적과 기능은 공직자가 직무수행에 있어 헌법을 위반한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헌법은 탄핵소추의 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에 대한 위배로 명시하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관장하게 규정하고 있다. 탄핵심판은 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고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탄핵심판절차도 정치적 심판절차가 아니라 규범적 심판절차다. 이렇게 탄핵소추는 법 위반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이지만 국회가 탄핵소추기관이고 행정부와 사법부의 통제수단이라는 점에서 양 국가권력이 탄핵소추를 건의한다면 결과적으로 국회의 권한에 관여하는 것이 돼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헌법은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 행정부의 구성원들과 달리 사법부의 구성원인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법관의 독립은 입법부와 행정부 등 다른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뿐만 아니라 사법부 자체에서의 독립도 포함한다. 나아가 법관의 독립은 국민과 여론으로부터의 독립도 요구한다. 왜냐하면 재판은 여론의 향배와 관계없이 법에 따라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헌법은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법관의 집단적인 의견표명은 자칫 법관의 독립을 훼손시킬 수 있다.

사법권은 다른 국가권력보다 소극적이고 수동적이다. 사법권의 주목적은 국민의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탄핵절차는 법적 절차이기 때문에 국민의 여론 때문에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법관의 탄핵 문제는 탄핵소추권을 헌법으로부터 위임받은 국회가 결정할 문제이지 사법부의 구성원인 법관들이 이를 공식적으로 건의할 문제는 아니다. 정치적 성격이 포함된 문제에 대한 법관들의 집단적인 의사표명은 자칫 잘못하면 사법의 정치화로 비춰질 수 있다. 사법의 정치화는 법관의 독립을 훼손시키고 이로 인해 사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사법에 대한 불신은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사법부가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한 사법부의 독립은 보장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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