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가 현 정부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노조와 연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노조라는 거대한 산을 넘지 않고서는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개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총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도 노사 간 타협을 눈앞에 둔 순간 노조가 합의안에 명시된 ‘단체협약 유예 조항’ 포함을 이유로 반발하면서 표류하고 있다. 광주시 노사민정협의회가 5일 ‘단체협약 유예조항’ 삭제를 조건부로 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안을 수정 의결했지만 이번에는 현대자동차가 이를 거부하면서 최종 타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이 총리는 5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와 노조의 관계를 묻는 취재진에 “(불법행위에 대한 엄벌은) 노동계도 그것은 이해해주기 바란다. 이해가 점점 생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최근 노조와 관련해 강경한 발언을 잇따라 하고 있다. 11월14일 광주형 일자리 협상 때도 이 총리는 “형편이 더 어려운 노동자들을 고려해서 현대차 근로자들이 대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노조를 압박했다. 같은 달 19일에는 민주노총 총파업을 앞두고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경고성 발언을 이어갔다.
이 총리가 노조와 각을 세운 것은 현 정부의 지지부진한 경제정책의 원인으로 노조의 반대가 꼽히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 외에도 노조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규제 완화 등 각종 경제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 노조의 반발로 혁신작업이 지지부진해짐에 따라 경기침체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인식한 듯 이 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아쉬운 것은 서민 생활의 어려움이 해결되지 못하고 부분적으로는 오히려 더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가장 뼈아픈 것 또한 그것”이라고 지난 1년의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 총리는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노조의 협조를 재차 당부했다. 그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한국판 노동혁신’이라고 평가한 뒤 “꼭 성공하면 좋겠다”며 “이제껏 기업들은 떠나고 노동자들은 불만인데 이 악순환을 끊어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리는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과 관련, “정책의 변화에 따른 리스크(위험성)를 부정하지 않는다”며 “그것을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내년에 더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고 대비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고 그동안 지체된 일이었지만 한꺼번에 몰려오다 보니 상당수 사람에게는 희소식이 된 반면 또 상당수의 사람에게는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했던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사실상 정책에 따른 부작용을 인정하고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