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향후 후속 무역 협상에서 ‘멍완저우 체포’를 볼모로 삼아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기술 도둑질’과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문제를 핵심 의제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SCMP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멍완저우 체포와 관계없이 지적재산권 도난 문제와 관련해 화웨이를 전부터 주시해왔으며 화웨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문제가 미중 무역협상에서 주요쟁점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전하며 미국이 멍완저우 신병 강제 확보에 나선 것은 향후 회담에서 중국 진출 미국 기업에 대한 ‘강제 기술 이전’ 이슈와 특허 등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미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사이버 해킹 등을 주요 의제로 삼겠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볼턴 보좌관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 기업들이 강제적인 기술 이전 압박을 가하고 미국의 지적 재산권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관행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내왔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의 외교 전문가들도 미중간 최근 무역 전쟁은 단순히 무역 역조 해소 문제가 아니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본질적 이슈라는 진단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 주도 산업 정책에 대해 중국 지도부가 근본적인 변화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미중 협상이 성과를 거두기 힘들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멍완저우 체포를 둘러싼 신변 문제와 중국 선두 IT 기업 화웨이에 대한 압박이 90일이라는 짧은 시일 안에 해결되기 힘든 만큼 올 초 전 세계 IT업계를 뒤흔들었던 넣었던 ‘ZTE 사태’가 재연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은 올해 4월 ZTE가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했다고 보고 미국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제재를 가했고 결국 중국 지도부가 나서면서 14억달러의 벌금과 보증금으로 일시 봉합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의 간판 IT 장비 기업인 화웨이가 ZTE와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인데다 차세대 글로벌 통신 시장 최대 이슈인 5세대(5G) 통신 장비 공급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이 순순히 양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캐나다에 체포된 멍완저우가 미국으로 인도되는 데는 짧으면 몇 달,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은 보도했다. 중국은 이번 미중 협상에서 멍완저우가 미국으로 인도되기 전 석방시킬 것을 강력하게 요청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국 측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강압적인 기술 이전 요구와 지적 재산권 도둑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만큼 멍완저우를 볼모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멍 부회장은 7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 법원에서 열린 심리에 출석해 보석(보증금을 조건으로 내건 석방) 허용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캐나다 검찰은 “멍 부회장은 이란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위장 회사를 이용해 미국의 이란 제재를 어긴 혐의를 받고 있다”며 보석 불허를 요청했다. 캐나다 검찰은 화웨이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거래에서 이란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스카이콤이라는 유령 업체를 동원하고 여러 금융기관을 활용한 혐의를 두고 있다. 멍 부회장은 미국 당국이 자신을 수사하는 것을 지난해 3월 알았고 이후 체포를 우려해 자녀가 유학 중인 미국 방문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60일 이내에 캐나다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할 수 있다. 캐나다 법원은 멍 부회장 사건이 미국에서 중범죄가 되는지를 따져 인도 허용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멍 부회장은 다수의 금융기관에 대한 사기를 모의한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