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건강 에세이] 국민 품으로 가는 한방 치료법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대한한방병원협회장)




보건복지부가 한방의 대표적 비수술 치료법인 추나요법에 대해 내년 3월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밀 추(推)’ ‘당길 나(拿)’라는 한자어에서 알 수 있듯이 한의사가 비뚤어진 관절·근육·인대를 손 등을 이용해 밀고 당겨 제자리를 찾게 해줘 통증을 완화하고 질환을 예방·치료하는 한방 수기요법이다. 침·뜸에 이어 한방 치료법이 건강보험 급여항목으로 추가된 것은 매우 오랜만이다.

이에 따라 추나요법 시술을 받는 척추질환자가 늘어나고 본인부담이 추나 기법에 따라 1만~3만원 안팎으로 줄어드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척추질환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864만명으로 지난 2013년 775만명보다 11.5%(89만명) 증가했다. 국민 6명 중 1명꼴이다.


척추질환에 대한 과잉 수술과 부작용으로 인해 최근 비수술 치료가 환자들 사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는 2012년 16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척추 치료의 패러다임이 수술에서 비수술로 옮겨간 것으로 평가한다. 20여년 전만 해도 ‘척추질환은 수술이 정답’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추나요법 등 비수술 척추 치료를 주창했던 필자는 돌연변이 취급을 받았었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추나요법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탄치 못했다. 사회 전반에 깔린 불신 때문이었다. 한방에서 척추질환을 치료한다고 하니 쉽게 믿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 한의계 안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런 불신을 해소하려면 임상시험과 각종 연구를 통해 추나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1991년 대한추나학회(현 척추추나신경의학회)를 설립해 대한한의학회의 정식 분과학회로 인준 받고 학술적 이론을 수립했다. 1994년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추나요법을 한방치료행위로 인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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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나요법 표준화를 위한 이론서인 ‘한국추나학’을 집필하고 한의과대학에서 교육도 했다. 마침내 추나요법은 11개 한의대 및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정식 교과목이 됐다. 척추추나신경의학회도 126시간의 교육과정과 필기·실기시험을 통과한 한의사들에게만 정회원 자격을 주는 등 추나요법 시술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추나요법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고 표준화 하는 작업이 선행됐기에 가능했다. 체계적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한 추나요법 시술의 표준화와 정량화를 통해 건강보험 급여화 시범사업도 거쳤다. 오랜 기간 공을 들여온 숙원사업인 추나요법의 건강보험 진입은 한의학계의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한방 치료법의 대중화에 물꼬를 튼 셈이다.

추나요법을 시작으로 한방 첩약도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시범사업을 준비 중이며 이를 위한 연구용역이 실시되고 있다.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장받으려면 처방 뿐만 아니라 조제 규격, 원료 함량 등에 대한 표준화 작업이 선결돼야 한다.

최근 한의계에서는 한방 치료법 표준화를 위한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이라는 성과에 안주할 게 아니라 더 많은 한방 치료법을 급여항목으로 추가하기 위해 더욱더 고삐를 좨야 한다. 일선 한의사들도 임상적으로는 효과가 입증됐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의 효능을 객관적으로 증명해 나가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방 치료법이 점차 국민들의 품으로 가고 있다. 한의계가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검증과 표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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