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 창업자의 딸 멍완저우(孟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란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이런 가운데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의 지령에 따라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목한 5년전 미 의회 보고서가 또 한번 주목받고 있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가 2012년 10월 8일 발간한 ‘중국 통신사 화웨이와 ZTE가 제기하는 미국 국가안보 문제에 대한 조사 보고서’에서 화웨이는 미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 그 자체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는 자발적으로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지령을 따라 기밀을 훔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며 미국의 적성국과 수상한 거래까지 하는 기업이다.
보고서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 또는 공산당으로부터 통제를 받기 때문에 이런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화웨이는 기업구조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뚜렷하고 완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국가지원을 받기 위해 중국 정부에 계속 의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이 화웨이 사내에 당 위원회를 설치·유지하고 있지만 화웨이가 위원회 성격과 기능을 밝히는 걸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 의회는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통해 미국에 적대적 행위를 할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경계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악의적 목적을 위해 자국 통신업체들을 이용할 수단, 기회, 동기를 갖고 있다”며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지령에 따라 기밀정보 수집과 같은 정치공작에 동원될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절도, 이적행위를 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또 보고서는 “화웨이가 미국 내에 있는 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상습적으로 침해한다”며 “화웨이가 이란 정부와 거래하고 있으면서도 이란 내 사업체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 하원은 화웨이의 이 같은 거래가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나 미국 무역법규에 위배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미 의회는 이를 토대로 정부, 공공기관, 민간 기업에 화웨이를 견제하라고 초당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공공기관들은 의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화웨이 장비 구매를 중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 전쟁에 들어가면서 화웨이에 대한 공세는 급물살을 탔다. AT&T와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스 등 미국 통신회사들은 화웨이가 미국 내에서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못하게 했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미국 통신사들이 화웨이 장비 구입에 연방정부 보조금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는 군사기밀 보호를 위해 군 복무자 전원이 화웨이 휴대전화기를 사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렸다.
특히 미국은 해외 동맹국이나 미군 주둔국의 정부나 기업들도 화웨이 장비를 거부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재무부와 상무부는 이란과 북한 등에 미국이 유지하고 있는 무역제재를 화웨이가 위반하고 있는지 조사도 벌여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루이스 부회장은 “화웨이가 좋은 물건을 만드는 훌륭한 회사이지만 중국 정보기관의 한 조직으로 활동한다”며 “화웨이는 처음부터 그랬고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매우 크게 지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는 중국의 기술 수준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이 커지면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