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들과 손잡고 주력 제품 공동판매에 나선 국내 제약사들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서로 상대방의 영업망이나 기술력을 활용해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시장을 함께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과의 동침’이 큰 흐름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LG화학의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다. 개발에 470억원을 투자됐던 제미글로는 지난 2012년 19번째 국산 신약으로 출시됐으나 실적 저조를 겪었다. LG화학은 상황을 타게 하기 위해 2016년 1월 대웅제약과 공동판매 계약을 맺었다. 그 결과 지난해 원외처방액 기준 738억원의 실적을 이뤘다. 276억원을 기록했던 지난 2015년에 비해 3배 가까이 실적이 성장한 것이다. 당뇨약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는 점에서 제미글로의 판매제휴 성공담은 제약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GC녹십자도 경쟁사와 뭉치는 전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보령제약과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뉴라펙’의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2015년 개발한 뉴락펙의 매출이 최근 정체기에 접어들자 항암제 시장에서 탄탄한 영업망을 갖고 있는 보령제약에 손을 내밀었다. 최근에는 대원제약과도 손잡고 골관절염 치료제 ‘신바로’의 유통망 확대에 나섰다. 대원제약은 전국 병·의원을 상대로 신바로의 유통과 마케팅을 주도하기로 했다. 앞서 GC녹십자는 유한양행고 희귀질환 치료제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력까지 체결하며 전방위적인 협업체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아에스티도 CJ헬스케어를 협력사로 끌어들이고 당뇨병 치료제 ‘슈가논’과 ‘슈가메트’ 판매에 사활을 걸었다. 양사는 지난해 70억원 수준인 두 제품의 매출을 연간 1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CJ헬스케어는 자체 당뇨병 치료제를 확보하고 있지만 경쟁 제품도 함께 끌어 안음으로써 시장유통에 대한 지배력을 함께 높이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제약사들이 ‘적과의 동침’에 눈을 돌리는 것은 효능을 개선한 경쟁 제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기존 제품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막강한 영업망과 마케팅을 앞세운 다국적 제약사의 공세가 거세다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수익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전체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의 공동판매는 각개전투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시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라며 “의약품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앞으로도 제약사 사이의 합종연횡은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