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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중국이 이긴다]중국이 미국을 앞설 때, 한국은?

■정유신 지음, 지식노마드 펴냄

‘중국이 이긴다: 디지털 G1을 향한 중국의 전략’ 정유신 지음 지식노마드 252쪽 | 1만5,000원‘중국이 이긴다: 디지털 G1을 향한 중국의 전략’ 정유신 지음 지식노마드 252쪽 | 1만5,000원



하루 만에 30조원 매출! 미국을 앞서는 중국의 저력.

올해 10주년을 맞은 광군제 할인판매(일명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매출이 2,000억 위안(32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세계 75개국에서 1만9,000개가 넘는 브랜드가 참여해 2분5초 만에 100억 위안을 돌파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 3분1초를 1분 가량 앞당겼다.


‘솔로의 날’인 광군제 할인행사는 2009년 11월11일 알리바바가 처음 시작했다. 첫해 매출은 5,000만 위안이었지만, 10년 만에 4,000배가 성장하면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매출(196억 달러)을 앞질렀다.

‘중국이 미국을 앞선다’는 상상으로만 가능했지, 누구도 감히 확신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일찌감치 이를 예상한 중국 전문가가 있다. 인터넷을 만들고 세계경제를 쥐고 흔들면서 글로벌 대통령으로 군림하는 미국을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이 온라인, 디지털 세상에서 앞설 것이라고 과감하게 단언한 것이다.

주인공은 ‘중국이 이긴다: 디지털 G1을 향한 중국의 전략’을 출간한 정유신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이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최고의 MBA 과정인 와튼스쿨 MBA와 중국의 최고 대학인 중국인민대학교 재정금융학원 MBA를 졸업했다. 그리고 칭화대학교와 교통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정 원장은 대우경제연구소를 시작으로 대우증권 IB본부장,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SC증권 대표, 한국벤처투자 대표 등 금융과 자본시장,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2014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미국도 중국의 추격을 노골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 강도를 높이면서 세계경제를 감기몸살에 걸리게 했다. 최근 G20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전쟁이 휴전에 들어가는 듯 했지만,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하면서 불씨는 여전하다.

무역전쟁과 화웨이 CFO 구속 등 일련의 사건은 미래기술 패권을 잡으려는 중국에 대해 미국이 보내는 경고인 셈이다. 미국 CNN은 “(미국은) 향후 수십년 내 경제성장과 국가안보를 이끌어낼 차세대 기술인 5G,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AI) 등을 통제하려고 한다”며 “새로운 수출통제, 투자규칙강요 등을 통해 중국의 기술 획득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5G 상용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화웨이의 CFO를 체포함으로써 중국의 5G 출시를 지연시키겠다는 것이다.

20세기 국가의 힘은 철강, 석탄, 자동차, 항공기, 선박에서 나왔지만, 21세기는 신기술에서 나온다. 정 원장도 “미중 무역전쟁의 본질은 미중 경제 패권 전쟁”이라며 “그 배후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다툼”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짝퉁’의 대명사였던 중국이 어떻게 미국을 위협할 정도로 기술 발전을 이룰 수 있었을까? 중국이 어떻게 이렇게 빠른 속도로 미국을 따라 잡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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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장은 “광군제의 성공은 중국이 시장 키우기에 성공했다는 반증”이라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인터넷플러스’ 전략”이라고 콕 집어 강조했다. 인터넷 플러스 전략으로 법, 문화, 언어가 다른 31개의 시장(省)을 인터넷과 모바일을 매개로 하나로 묶는데 성공했고, 이를 통해 시장을 30배 이상 키웠다.

특히 미국을 뛰어넘는 O2O(Online to Offline)와 공유경제시장이 만들어지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이 두 시장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 제품과 서비스만 좋으면 브랜드가 약해도, 해외 수출유통망이 없어도 순식간에 매출과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시장이 커지고 매출이 빠르게 늘면 기업수익은 폭증한다.

중국의 벤처 창업이 한국의 150배가 넘고, 청년들의 눈이 반짝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보다 빠르게 늘고 있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들이 결과물이다. 정부의 정책과 기업들(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BAT)의 적극적이고 상호경쟁적인 노력 덕분에 중국은 하나의 주식회사처럼 효율적 체제로 움직인다.

물론 시장이 크다고 무조건 앞서는 것은 아니다. 기술혁신을 통해 미국 수준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정 원장은 ‘제조 2025’를 주목했다. 시진핑 주석이 주장하는 공급측면의 개혁과 이를 받아 중국정부가 기치를 내걸고 있는 ‘제조2025’ 정책이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관세 폭탄을 ‘제조2025’ 분야에 집중하면서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핵심 분야에 대해선 ‘산업스파이 의심’ 등을 이유로 중국기업을 적극 막고 있다.

중국의 기술경쟁력은 여전이 미국에 한수 뒤진다. 그러나 속도는 대단히 빠르다. 특히 미래 산업의 키를 쥐고 있다는 ABCD(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드론으로 대표되는 로봇)에 있어서는 최근 4~5년 간 논문, 특허, 투자, 인력 등의 면에서 미국을 훨씬 앞선다. 특히 AI의 기반이 되는 빅데이터는 미국을 월등히 능가한다. 미국은 플라스틱 카드를 쓰지만, 중국은 스마트폰을 통해 쌓이는 빅데이터가 단순히 숫자(카드결제)뿐 아니라 문자(SNS 텍스팅), 카메라동영상DB까지 3배나 많다. 인구(5배)에다 데이터종류(3배), 개인정보완화 프리미엄(1.3배) 등을 계산하면 20배나 강한 셈이다. 이렇게 3~5년 지나면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을 훨씬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 원장의 논리다.

정 원장은 “지금은 주기적 변화와 구조적 변화라는 큰 변화가 동시에 다가오고 있다”며 “주기적 변화는 미국이 유리하지만, 패러다임 시프트로 이어지는 구조적 변화에선 미국이 중국에게 쫓기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뒷덜미를 잡히는 건 시간문제”라고 확신했다. 미래 기술에서 중국의 발전 속도가 엄청날 뿐 아니라 과거 영국과 미국의 패권싸움에서 보았듯이 기술에서 잡히면 시장 규모가 큰 국가가 패권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핵심 트렌드인 디지털화, 디지털 시장, 모바일 사회를 미국보다 앞서 자충수 없이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저성장 시대를 돌파하기 위해 전 세계가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가진 창업 열기에 우리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인국 1만 명당 신설 기업 수는 중국과 한국이 14개와 15개로 비슷했으나, 2017년에는 32개 대 15개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한국은 스타트업 육성이 제자리걸음이다. 젊은이들은 창업을 기피하고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를 원하며 그나마 창업도 기술 창업이 아닌 생계 창업에 그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정 원장은 “정부가 앞장서서 규제 일변도의 창업 정책을 혁신하고, 중국 선전처럼 창업클러스트를 구축해 창업비용을 낮춰야 한다”며 “시장을 키우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만5,000원

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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