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체험하기, 생각하기, 건축의 기본이죠"

“설계도면만 잘 그린다고 훌륭한 건축가가 되기는 어려워요. 건축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기획하고, 다시 가고 싶은 공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람을 연구하는 인문학적인 요소가 많이 깃들어있거든요. 그런데 점수에 맞춰서 학과를 선택한 학생의 경우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해 좌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답니다. 건축학과에서 무엇을 배우고 건축가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미리 체험할 수 있다면 진로를 선택 할 때 실수를 줄여나갈 수 있겠죠.”

올해 처음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정현정(사진) 다울림 건축사무소장은 학생들의 진로교육에 관심이 많다. 오랜 그의 관심은 서울시교육청과 연결이 되어 6년 전 서울시가 기획한 토요문화학교 ‘꿈다락’에 강사로 참가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건축 관련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지난해부터는 서울시교육청의 서울형 혁신 교육지구 중앙운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학생들의 행복을 키워주는 교육을 위한 민·관·학이 힘을 모으자는 취지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 마을을 돌아보면서 그들의 일상이 펼쳐지는 삶의 공간을 관찰하면서 의미를 찾아간다. 이를 통해 좋은 공간이란 어떤 곳이며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이끈다. 세명대 겸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실제 아이들이 마을을 돌아보면서 건축이 무엇인지 스스로 느끼게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살고 싶은 동네를 직접 그림으로 그려보기 위해 관찰을 하게 되는 데 그 과정에서 내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그리고 여기에 머물지 않고 필요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건국대 건축공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국립고등사회과학대학원(EHESS)에서 도시환경과 노인주택 및 공간계획을 전공한 그는 건축과 인문학의 상관관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 소장은 “공간이란 건축의 결과물로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곳이라면 장소는 또 가고 싶은 곳을 의미한다”면서 “건축이란 장소를 많이 구현하는 것을 지향하는데, 장소가 많은 곳이 바로 살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을 위한 공간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면서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에 스스로 체험을 통한 교육은 자신이 스스로 느끼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세 아이의 엄마이면서 건축 사무소장으로도 바쁜데 굳이 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학생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있는데 어떻게 그냥 보고만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내가 혼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자라나는 학생들이 조금 덜 겪는다면 기꺼이 마다 않고 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이어 “학생들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전문성을 갖추게 된다면 스스로 일어서 자신을 보호하며 버텨나갈 수 있다”면서 “어릴 때 또래 아이들과 체험을 하고 서로 부딪치면서 협업을 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커 나간다.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아지트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꿈”이라며 학생들을 위한 체험교육에 적극 나설 것을 다짐했다.



한편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생애 주기별 인문 아카데미다. 올해 6회째를 맞이한 고인돌은 지난 3월부터 11월 30일까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2곳과 서울시 76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다양한 인문학 강좌를 개설했다. /글·사진=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