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연봉 5,000만원 대기업 직원도 최저임금 위반이라니

현대모비스가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제재대상에 올랐다. 연봉이 5,700만원에 이르는 정규직 임금이 올해 최저임금 기준에 미치지 못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 명령과 함께 검찰 고발까지 당했다고 한다. 글로벌 7위의 자동차 부품사가 신입 직원들에게 최저임금마저 주지 않는 기업으로 몰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현대모비스 사태가 일어나게 된 이유는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는 제도적 맹점에 있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매달 주기적으로 주는 돈만 최저임금으로 간주하고 있어 격월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홀수 달에 100%씩 연간 600%에 달하는 상여금을 지급하고도 임금으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내년 1월부터 최저임금이 10.9% 오르면 대리급까지 최저임금 기준 위반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회사 측은 궁여지책으로 취업규칙을 바꿔 상여금 지급시기를 매월 1회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이마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관련기사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의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취지와 달리 고임금 근로자의 연봉이나 올려주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최저임금제도의 부작용을 예상하고도 노동계의 눈치를 보느라 수수방관해왔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런 와중에 고용부는 유급휴일마저 최저임금 계산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어 내년부터 범법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경영자총협회는 최근 현행법이 기업별 경영여건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최저임금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며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최저임금의 결정구조를 개편하고 지역별 구분 적용을 도입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실과 동떨어진 무리한 친노동정책이 일자리에 목말라하는 청년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