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교통경찰이 음주운전 상태에서 도주하다 순찰차를 들이받고 붙잡힌 화물차 운전사에게 사건을 경미하게 처리하겠다며 뇌물을 요구해 물의를 일으켰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수뢰 등의 혐의로 모 경찰서 경위 A(59) 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A경위는 현재 직위해제 상태로 감찰조사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같은 경찰서 B(28) 경장과 C(38) 경장에 대해서도 사고 발생 보고 누락 등 혐의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기사 D(36) 씨는 지난 1일 오후 5시 20분경 부산 강서구의 한 도로에서 운전면허 취소 수준을 훨씬 웃도는 혈중알코올농도 0.263%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적발됐다. D씨는 음주측정 과정에서 화물차를 끌고 도주했으나 도로 앞을 막고 있던 순찰 차량 범퍼를 충격한 후 다시 붙잡혔다.
이후 사건 조사를 맡게 된 A경위는 사고 6일 뒤 음주운전과 교통사고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된 D씨에게 전화를 걸어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A경위는 D씨의 전과를 거론하며 “순찰차가 파손됐고 혐의가 중해 구속될 수 있고, 배우자 명의 차량이라 이혼당할 수도 있다”고 협박하며 “200만원을 주면 단순 음주운전으로 처리 할 수 있다”고 D씨에게 제안했다.
이러한 A경위의 뇌물 요구 사실은 D씨가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A경위 상급자에게 “돈을 주면 불구속된다는 데 사실이냐”고 물으면서 드러났다. A경위의 비위 사실을 알게 된 해당 상급자는 A경위를 직무 고발했다. 또한 당시 순찰차 사고 발생 보고를 누락한 동료 B경장과 이날 사고를 ‘단순 음주’로 기록한 C경장에 대해서도 현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잇따른 사고로 국민의 공분이 높은 상태에서 법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할 경찰관이 음주운전 관련 비위를 저질러 개탄스럽다”면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로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설명했다. /변문우인턴기자 bmw101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