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보복카드로 썼던 미국산 자동차와 대두 수입의 빗장을 풀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던 중국 최대 통신회사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에 대한 보석을 캐나다 법원이 결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휴전선언 이후에도 위태롭던 미중 무역협상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분위기를 다시 급랭시킬 수 있는 위협요인은 여전히 도처에 널려 있다. 미국 정부는 조만간 중국 해커들을 기소하며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하는 파상 공세를 이어갈 계획이어서 90일간의 협상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전날 밤 류허 중국 부총리가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통화에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 40%를 적용하는 관세율을 다른 나라와 동일한 15%로 낮추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또 무역전쟁 이후 미국 농민들에게 최대의 피해를 안겼던 대두 수입관세를 내리고 미국산 원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도 재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아주 빠르게 미국산 자동차의 관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엄청난 양의 미국산 대두를 살 것이라는 말을 오늘 막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95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자동차를 수입한 중국이 대미 관세인하 조치를 발효하면 양국 간 무역협상 진전에 적잖이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중국 상무부도 류 부총리가 이번 통화에서 다음 무역협상 추진을 위한 일정표와 로드맵을 논의했다며 양국이 90일간의 휴전과 무역협상을 위해 약속한 사항들이 이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 농무부는 이에 따라 대두 수출 감소로 피해를 본 농민들에게 지원하려던 보조금 지급을 연기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에 암초로 등장했던 멍 부회장 체포 사태도 현지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일단 고비를 넘겼다. 캐나다 법원은 미국의 범죄혐의 수배에 협조해 체포했던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의 딸인 멍 부회장에 대해 1,000만캐나다달러(약 84억5,000만원)의 보석금과 전자발찌 착용 및 여권 압수를 전제로 보석을 허용하고 일시 석방했다. 이에 따라 미국을 향한 중국의 반발은 어느 정도 누그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대중 무역협상 진전을 위해 미 법무부의 멍 부회장 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고 밝히는 한편 시 주석과 추가 정상회담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무역전쟁 해결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멍 부회장의 보석에도 그를 범죄인 신분으로 미국에 인도할지를 다룰 심리는 계속되는데다 멍 부회장이 앞으로도 법원에 출석해야 해 화웨이 사태가 재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멍 부회장 체포 후 전직 캐나다 외교관을 사실상 인질로 억류했으며 미 국무부가 이에 반발해 중국여행 경보 발령을 검토하는 등 미·중·캐나다 3국이 뒤얽힌 대립전선은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해킹을 통한 기술 절도나 경제적 스파이 행위 등에 대한 추가 제재를 이르면 이번주에 단행할 것으로 알려져 무역협상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미국의 무역기밀 및 고급기술을 절취하고 미 정부 및 기업 컴퓨터를 위태롭게 하는 중국의 지속적 시도에 대한 파상공격을 정부 기관들이 이번주에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미 법무부는 중국 정보기관을 위해 일한 다수의 해커들에 대한 기소에 나서면서 범법사례들을 공개하고 일부 책임자를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미중 간 세계 패권을 둘러싼 광범위한 주도권 경쟁에서 ‘관세전쟁’은 부차적인 부분에 불과해 휴전 합의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