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지난 2016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모두 조정국면에 진입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관적인 경제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진한 경기지표가 더해지면서 공포감이 확산된 탓이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의 혼란이 실물경제 위기로 옮겨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이날 2.02% 급락해 10월3일 고점 대비 10.15% 하락하며 조정장에 들어섰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9월 고점에 비해 11.29%, 나스닥지수는 8월 고점보다 14.78% 떨어졌다. 통상 고점 대비 10~20%의 하락세를 보이면 조정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한다.
이날 시장의 급락은 중국의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 부진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기인한다. 중국의 11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월치이자 월스트리트저널(WSJ) 예상치인 5.9% 증가에 비해 크게 둔화한 수준이다.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2.6% 떨어지는 등 유가도 함께 출렁였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혼란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기업과 소비자에 영향을 미쳐 실물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특히 우려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이태이 골드스타인 교수는 “사람들은 금융시장을 정보의 원천이자 신호로 본다”며 “시장이 무너질 때 실물경제에 대한 전망을 비관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금융시장의 혼란이 이미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10월 이후 석유와 구리를 포함한 원자재지수는 올 들어 20% 상승에서 손실로 전환했고 미 장단기 국채 금리차도 역전하며 경기둔화 선행지표에 전조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의 경기후퇴 전망이 확산되면서 시장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기업과 금융권·학계 등 60명의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7~11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0% 이상이 오는 2020년부터 경기침체(리세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은 내년 미 경제의 최대 위협으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