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타치제작소가 영국에서 추진하는 원전 건설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투자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자금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달 초 미쓰비시중공업이 터키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한 데 이어 히타치의 영국 사업까지 삐걱거리면서 일본의 원전 수출 정책이 기로에 놓이게 됐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히타치는 내년 1월까지 원전 건설에 대한 영국 정부의 추가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고 이 같은 의사를 영국 정부에 전달했다. 나카니시 히로아키 히타치 회장은 “영국 정부에 현재 조건에서는 사업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히타치는 영국 내 자회사 ‘호라이즌 뉴클리어 파워’를 통해 총 사업비 3조엔(약 30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중서부 앵글시섬에 원전 2기를 건설하고 2020년대 전반에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대책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히타치는 투자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결국 영국의 추가 금융지원이 없으면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지경까지 몰렸다.
하지만 영국이 추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정부는 이미 총 사업비 3조엔 중 2조엔을 히타치에 지원하기로 약속한 만큼 더 이상 재정이 투입될 경우 국민 반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의 지원 거부로 사업을 최종 포기할 경우 히타치는 최대 2,700억엔가량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언론들은 앞서 미쓰비시중공업에 이어 히타치의 영국 사업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아베 신조 정부의 원전 수출 정책 전반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국내 신규 원전건설이 막히자 원전 기술과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 해외 사업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최근 미쓰비시중공업이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터키 원전 건설 계획을 포기했으며 이에 앞서 리투아니아와 베트남에서 추진하던 사업들도 2016년 이후 중단되는 등 원전 수출 계획 가운데 실현된 안건은 하나도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수출을 통해 원전 관련 산업의 기술력을 유지하려던 일본 정부의 계획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며 “정부가 원전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