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시론] AI, 잘 막았지만 방심은 금물

모인필 충북대 수의과대 교수

위험기간 사육 休止期 등 효과

농가 예방 의식 확고히 하고

방역등급제로 효율적 관리를

모인필 충북대 수의과대 교수



매년 되풀이되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발생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용히 지나가고 있다. 물론 야생 철새들의 국내 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고 바이러스의 생존능력이 높은 겨울철이라 안심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매우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고병원성 AI는 지난 2003년 충북 음성에서 국내 최초로 발생한 이래 대부분 2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다. 매번 발생할 때 전국적인 수평 전파를 막기 위해 발생 농장 인접지역의 농장을 대상으로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있으며 그 수가 매년 증가해 2016·2017년 시즌에는 무려 3,700만수가 살처분돼 보상금만 3,500억원이 소요됐다. 이는 직접적인 비용만을 계산한 것이고 만약 계란값 상승 등 다양한 간접적인 손실까지 합한다면 그 피해는 막대하다.


국내의 고병원성 AI 유행에는 다양한 요소가 관여되고 있으나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바이러스의 증식, 수평 전파의 3단계로 이뤄진다. 인위적인 축산물 국내 유입은 공항과 항만의 국경 검역으로 통제가 가능하지만 야생 철새에 의한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은 막을 수 없다. 하지만 과거 국내에서의 발생을 분석하면 국내 농장에서의 바이러스 증식과 수평 전파가 전국적 유행에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야생 철새들의 국내 이동은 10월 초이지만 항상 농가에서 12월에나 발생하는 것은 이 같은 증식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증식 과정은 주로 오리에게서 이뤄진다. 이는 오리는 수만 년의 오랜 세월을 거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자연 숙주가 됐기 때문이다. 이같이 바이러스 증식이 이뤄진 후에는 가금산업 관련 종사자, 차량 등 다양한 수단에 의해 전국적인 수평 전파가 이뤄진다. 이때 수평 전파를 예방적 살처분, 이동제한 등의 효율적이면서도 방역적인 수단으로 통제하면 피해가 최소화되는 것이고 그러지 못하면 엄청난 산업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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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17년 국내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고병원성 AI가 지난해와 올해는 발생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그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방역정책으로 바이러스의 증식과 수평 전파 과정이 최소화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오리농가의 휴지기다. 과거 발생했거나 위험도가 높은 오리농장의 경우 늦가을부터 겨울 동안 사육을 제한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농장에 대한 출입을 통제한 것이다. 특히 산란계 농장에서 알 상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거점환적장을 운영하는 등 직접적인 농장 출입을 최소화한 것이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가장 큰 역할은 농장에서의 차단방역에 대한 의지라고 하겠다. 과거와 달리 이제 농장에서는 차단방역의 중요성을 충분히 자각해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방역정책과 농가의 자각이 지난 동절기 고병원성 AI 발생의 최소화에 결정적인 요소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국적인 고병원성 AI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중국과 인접해 있고 매년 그 지역으로부터 철새의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지속적이고 강력한 방역정책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오리 휴지기 같은 정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산업을 고려해 농가별 차단방역등급제 등과 같은 방법을 시행해 방역등급이 높은 농가는 제외하는 선별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선진화된 미래 방역정책일 것이다.

AI는 사실 방역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중국 등으로부터 날아오는 철새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역대책뿐 아니라 닭·오리 농가를 비롯한 국민적 방역의식이 절실한 이유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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