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와 한국 사이에는 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하는 감성적 유사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 ‘로마’를 연출한 멕시코 출신의 알폰소 쿠아론(사진) 감독이 21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애비뉴엘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국내 취재진에 이같이 말했다.
지난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마’는 1970년대 초반 혼란의 시대를 지나며 여러 일을 겪어야 했던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 사는 클레오의 삶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9월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아 넷플릭스 영화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 ‘그래비티(2013)’ 등을 선보인 명장 쿠아론 감독이 ‘이 투 마마(2001)’ 이후 모국에서 찍은 첫 영화다.
영화는 네 자녀를 둔 중산층 백인 가정 소피아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클레오가 주인공이다. 감독이 유년 시절 자신을 어머니처럼 돌봐준 실제 가정부를 떠올리며 만든 캐릭터다.
쿠아론 감독은 “클레오는 제가 가장 사랑했고 애정을 가진 캐릭터”라며 “그와 저는 상처를 공유했고 한 가정, 멕시코, 더 나아가 전 인류의 상처를 가진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민주화 요구가 빗발쳤던 1970년대 초반 멕시코의 사회상을 재현했다.
쿠아론 감독은 “개인적인 삶의 기억과 스토리가 그 시대에 펼쳐져 그 시대를 택했다”면서 “이야기의 초점은 한 가정이 깨지면서 아버지가 떠나는 것이지만 개인적인 상처뿐 아니라 당시 멕시코가 가진 상처와 흉터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민주화 노력 덕분에 멕시코의 시대정신이 형성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부의 억압으로 민주화는 실패하고 지하화한 역사가 있으며 어찌 보면 멕시코는 지금도 민주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