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기술발전의 역사를 보면 어떤 기술이 실험실에서 태동한 후 상용화돼 일반인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게 되기까지 적게는 수십년에서 많게는 수백년이 걸렸다. 증기기관차의 경우 17세기 증기기관 발명으로부터 19세기 후반 상업용으로 보편화될 때까지 200년이 소요됐고 텔레비전은 60여년, 그리고 상대적으로 최근의 인터넷도 1965년 아르파넷(ARPAnet)으로부터 1990년대 중반 일반인들이 사용하기까지 30여년이 걸렸다.
딥러닝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 기술은 역사적으로 볼 때 이전에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폭발적인 발전속도를 보이고 있다. 2012년 알렉스넷(AlexNet) 출현 이후 최근 알파고제로까지 지난 6년간 관련 실험의 규모는 30만배나 증가했고 GPU의 계산성능 500배, 관련논문 수 1.5배, 스타트업 수 6배, 투자규모는 11배가 늘었다. 다른 기술과 달리 딥러닝이 또 다른 측면에서 특이한 점은 학계와 산업계에서 연구개발이 거의 동시에 시작됐으며 인적교류 및 상호 기술전이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각국 정부도 전폭적인 지원으로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AI 분야는 지구상의 인재와 자원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버렸다. 최근 공대 지원자 중 AI 관련 분야를 전공하겠다는 학생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은 단지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이미 지난 6년간 AI 관련 강좌 등록자 수가 4배 늘었고 중국 칭화대는 무려 16배가 증가했다.
전공교수 입장에서는 많은 우수한 학생들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현상이 반가울 수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타 산업 분야도 여전히 중요하고 산업 간 적절한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인재 쏠림 현상이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AI 발전속도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그리고 인간 수준의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가 과연 달성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이슈는 전문가들과 미래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거리다. 구글의 기술책임자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츠와일은 AGI가 2030년 이전에 달성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MIT 교수이며 리싱크트로보틱스 창업자인 로드니 브룩스는 수백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상황대로라면 지금 같은 AI 분야의 발전속도는 한계에 다다를 것이고 그 시기는 대략 3년 반~10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경제적 관점의 전망으로 인공지능 관련 실험과 인력에 드는 비용 및 증가율 대비 이에 투자할 수 있는 정부 및 기업의 자금력 한계 등을 근거로 한다.
다만 보다 장기적으로 지속발전이 가능한 시나리오는 기업들이 매우 강력한 AI 기술로 해당 기간 내 새로운 시장과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함으로써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현재 가시권에 들어온 자율자동차, 로봇, 가상·증강현실, 의료, 지능형감시 시스템 분야 등의 성공 여부가 시금석이 될 것이다. 기술적 관점에서 발전의 한계와 전망은 AGI를 위한 기술적 돌파구와 관련돼 있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딥러닝 AI 기술은 사람이 제공한 가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감독적 학습에 의존했는데 학습 데이터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인간과 같은 환경에서 스스로 데이터를 찾고 학습하는 비감독학습·자가학습·성장학습 같은 고도의 기술들이 가능해진다면 새로운 차원의 AI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 3~5년이 중요한 시기이며 산업계와 학계에서 가시적이고 혁신적 성과를 보일 수 있느냐가 AI 기술의 지속발전 가능성을 판가름하는 보다 분명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