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콘텐츠 산업의 미래, 스토리에 달려있다

김영준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지난 2008년 ‘아이언맨’으로 시작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는 올해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까지 지난 10년 동안 총 20편의 영화를 탄생시켰다. 전 세계 매출 누적액만도 175억달러, 한화로 약 19조7,700억원에 달한다. 내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예고편은 공개 하루 만에 2억8,900만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금의 영화시장은 ‘마블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MCU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각 영화를 상호 연결해 하나의 흐름으로 묶은 ‘스토리’라 할 수 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 각각의 영화가 하나의 스토리로 연동돼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설정과 ‘어벤져스’ 시리즈와 같이 다양한 히어로가 한 영화에 등장하는 크로스 오버는 관객들에게 기존의 영화에서 접할 수 없는 신선함을 제공했고 히어로들에게 열광하게 했다.

히어로들의 스토리를 하나로 묶어 전 세계 영화판을 뒤흔든 마블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세계 콘텐츠 산업현장의 중심은 단연 스토리다. 영국작가 JRR 톨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 SF 영화의 신기원을 기록하며 소설·만화·게임 등 모든 콘텐츠 영역을 장악한 ‘스타워즈’ 시리즈는 좋은 스토리가 고부가 가치로 이어져 엄청난 수익을 창출한 대표적인 예다.


스토리를 중시하는 업계의 흐름은 국내에도 이어진다. ‘국경 없는 의사회’가 원작인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최고 시청률 38.8%를 기록하고 전 세계 32개국에 판권이 판매되는 등 한류를 대표하는 드라마가 됐다. 장용민 작가의 ‘궁극의 아이’는 한국 추리소설 베스트셀러로 8만5,000부 이상이 판매됐다. 드라마 ‘굿닥터’는 미국에서 리메이크돼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얻었다.

관련기사



이처럼 좋은 스토리가 바탕이 된 우수 콘텐츠들은 정부와 민간 기업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으로 만들어졌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의 씨앗이 되는 스토리를 발굴하고 콘텐츠화하기 위해 창작자와 기업에 대한 지원을 체계적으로 해오고 있다.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스토리 작가 데뷔 프로그램, 스토리 유통 플랫폼 ‘스토리움’ 운영, K스토리 해외 진출 지원 등 스토리 기획과 제작 지원은 물론 마케팅과 홍보, 해외교류와 협력, 인력 양성까지 다방면에 걸쳐 지원하고 있다.

이 중 올해 10회를 맞이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은 우수 창작자 육성을 위한 대국민 스토리 발굴 프로그램이다. 지난 10년간 총 1만318편이 응모했고 이 중 엄선된 145편이 세상에 소개됐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 외에도 ‘더 파이브’ ‘닥터 이방인’ ‘이선동 클린센터’ 등이 다양한 콘텐츠로 개발돼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주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의 시상식이 열렸다. 대상 수상작 ‘귀시’를 비롯해 10편의 새로운 이야기가 세상에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이번 수상이 사실 끝이 아니라 최고의 오프닝이었다는 반전을 마음속에 새기겠다”는 대상 수상 작가 허재호의 다짐대로 10편 모두 ‘좋은 콘텐츠’이자 ‘사랑받는 콘텐츠’로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