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산안법·공정법·상법...기업에 '줄폭탄' 예고

최저임금 이어 옥죄기 법안 봇물

산안법, 모든 사고 원청 무한책임

공정법, 기업활동 위축 우려높아

상법, 경영권 포기 논란 이어져

최저임금에 주휴시간이 포함된 데 이어 산업안전보건법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기업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초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까지 손댈 태세다. ‘기업 옥죄기’ 법안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에 ‘줄폭탄’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한숨을 쏟아내고 있다.

여야는 26일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산안법 개정안의 일부 이견이 있는 법 조항을 추가로 논의해 27일 본회의 처리를 시도할 예정이다. 이견이 크지 않고 이미 큰 틀의 합의가 마무리된 만큼 본회의 처리가 일사천리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경제계는 산업현장의 중대재해를 막겠다는 법안 개정의 취지는 좋지만 사고 책임을 원청업체와 사업주가 지도록 하는 내용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사업주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는데도 모든 사업장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원청업체가 ‘무한 책임’을 지라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기업 경영 의욕을 꺾고 막대한 타격을 안겨줄 가능성도 높다. 특히 26일 여야가 합의를 시도하는 유해작업 도급 금지의 부작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도급 금지가 합의되면 당장 협력업체가 일감을 얻지 못해 줄도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자 보호를 위한 장치는 갖춰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경영 활동을 옥죄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특히 경제계가 우려하는 대목은 산업현장에서 사고책임을 원청업체에 지우는 사항이다. 현행 산안법은 하청업체 근로자가 22개 산재 발생 위험장소에서 작업할 때만 원청업체가 안전과 보건조치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여야는 이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기는 마찬가지다. 전속고발제 폐지와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야당으로부터 충분한 검토 없이 규제 수단을 늘려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여지가 높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요 쟁점으로 꼽혀온 전속고발제 폐지나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등은 입법예고와 공청회 과정에서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며 재계가 꾸준히 문제 제기를 했지만 정부 안이 그대로 관철됐다. 무엇보다 대기업을 ‘경제력 집중의 화신’으로 몰아붙여 규제를 강화하는 형태는 공정거래법 집행 절차를 개선 시키겠다는 취지와도 어긋난다. 자유한국당은 일찌감치 ‘사회주의 발상’이라며 개정안 통과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경영권 포기 논란으로까지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이 핵심 내용으로 대주주의 의사결정권 전횡을 막겠다는 게 골자다. 대주주 의사결정권 제한이 시장경제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소액주주를 보호하려다 글로벌 기업 사냥꾼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수 지분의 외국계 투기자본이 언제든 경영권을 방해했을 때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집중투표제 역시 미국(1950년대), 일본(1970년대) 등은 주주 간 파벌 싸움의 도구, 기업 사냥꾼의 경영권 흔들기 등의 부작용을 이유로 폐지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제계는 각종 경제지표가 최악인 현재 정부 여당이 관련 법 통과를 밀어붙일 수만은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오는 2020년 총선이 임박하면 재계를 ‘선악 구도’로 고립시켜 관련 법 통과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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