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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Deal Maker] M&A 성패를 가르는 의외의 복병

최진숙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최진숙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최진숙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공항 인근 호텔에 투자한 외국계 투자자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고자 했다. 호텔 자체는 호텔 법인이 소유하고 있으나 호텔 부지는 공사 소유라 호텔 법인이 장기 임차하고 있었다. 당시 호텔 영업 상황이 나쁘지 않았고 다수의 투자자가 관심을 갖고 매수 의도를 보였다. 필자는 해당 거래를 위한 주관사를 자문했는데 매수인측 투자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매도인측과 매수인측 사이에 거래 구조와 관련된 이견이 제기됐다.

매도인측은 호텔 자체 매각보다는 자신이 보유하는 있는 호텔 법인의 주식 인수방식을 요구했고 매수인측은 주식인수 방식보다는 자산양수도 방식을 선호했다. 매도인측이 주식 인수방식을 요구한 것은 주식 거래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자산양수도 후 배당 절차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것보다 조세부담 측면에서 현저하게 유리했기 때문이다. 반면 매수인측 투자자는 주식 인수 방식에 의할 경우 호텔 법인의 우발 채무 리스크에 노출되고 거래를 위한 자금 차입시 호텔을 담보로 취득하는 것을 선호하는 금융 관행,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한 금융기관의 지분취득 제한 등을 고려해 호텔 자체를 매입하는 자산양수도 방식을 원했다.

거래 주관사를 대리하고 있던 필자는 주식 인수방식을 고집하는 매도인측과 자산양수도 방식을 선호하는 매수인측의 수요를 모두 고려한 거래 구조를 설정해야 하는 어려운 미션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거래에 참여한 다수의 변호사는 주관사와 협의를 통해 호텔을 직접 소유하고자 하는 제3의 개인 투자자를 유치하고 기관투자자들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의한 펀드를 설정해 해당 펀드가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간접적으로 호텔 법인의 일부 지분을 취득하는 이중적인 투자 구조를 제안했다. 또 이번 거래를 위한 외부 차입금은 모두 SPC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고 향후 SPC와 호텔 법인과의 역합병을 통해 최종적으로 대출금융기관이 해당 호텔을 담보로 취득할 수 있도록 조언했다. 이는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펀드의 SPC 지분취득이 제한되고 외부 차입시 대출금융기관에 해당 호텔을 직접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담보제공형 LBO로서 호텔소유법인 이사의 배임죄가 문제 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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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장기간에 걸친 노력 끝에 매도인측과 매수인측이 모두 동의하는 거래구조가 설정된 것에 대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거래구조가 확정되자 이에 맞는 펀드 설정 및 SPC 설립,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지분 양수도계약서에 대한 대부분의 합의가 이루어져 딜의 마무리가 거의 이뤄진 상황이었다.

주관사측은 딜의 마무리하는 선행조건으로 매도인과 공사 사이에 호텔 부지 사용과 관련해 체결된 계약에 따라 임대인인 공사에 호텔 법인 지분 매각에 관한 사전 서면승낙을 요청했다. 사실 주관사는 거래 초기 단계부터 공사의 승낙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공사 관계자를 계속 접촉하면서 거래에 관한 협조를 요청해왔다. 당시 관계자의 태도에 비추어 무난히 공사의 승낙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고 거절할 특별한 사유가 없다고 보고 있었다. 그런데 거래 초기부터 딜 클로징 직전까지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던 공사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차일 피일 미루면서 딜을 계속 지연시키기 시작했고 장기화되면서 매수인측 투자자가 최종적으로는 거래를 포기하게 됐다.

다수의 변호사가 수개월에 걸쳐 매도인측과 매수인측을 조율하면서 거래구조 설정, 법률 실사, 계약조건 합의 등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 거래가 이렇게 매도인이나 매수인 이외의 제3의 요인에 의해 좌초되면서 허탈해졌다. 현재까지 같은 이유로 해당 호텔의 투자자는 지분매각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거래를 통해 M&A 거래에 있어서 매도인, 매수인만이 아니라 제3의 요인에도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최종적인 M&A의 성패는 “신의 손”에 달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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