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시장 외면하는 제로페이 홍보에 혈세 쓰겠다니

정부가 소상공인 결제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제로페이 홍보에 혈세를 투입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개한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중기부 산하 소상공인진흥공단은 10일부터 전국에서 ‘제로페이 서포터즈’ 1,000명을 모집해 운영하고 있다. 서포터즈 활동 기간은 내년 1월25일까지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이 만만찮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8,350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인건비만도 약 22억원이다. 여기에 4대 보험 등 관리비 등을 더한 총 사업예산은 29억원에 이른다.


정부가 민간영역인 결제시장에 뛰어든 데 대해 비판이 거센 마당에 홍보한다고 혈세를 쓰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제로페이는 소비자뿐 아니라 혜택 당사자인 소상공인들로부터도 외면받는 실정이다. 그 원인을 파악해 경쟁력을 높이려 하기보다 혈세까지 들여 홍보에만 열을 올리니 답답하다. 현재 제로페이 가맹점은 서울의 경우 3만곳으로 전체 소상공인(66만명)의 5%가 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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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직원들을 동원하고 민간업체에 수당을 주면서까지 유치한 결과가 이 정도면 실패작이라고 할 만하다. 지금 구조상 제로페이는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명분 외에 장점이 거의 없다. 가장 큰 메리트라는 소득공제 40% 혜택은 체크카드와 큰 차이가 없는데다 통장에 잔액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신용카드 같은 여신 기능도 없다. 제로페이를 일부러 사용할 이유가 적다는 얘기다. 이렇게 실효성이 떨어지니 누가 환영하겠는가. ‘인기가 제로여서 제로페이’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까닭이 다 있다.

상품을 잘 만들었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게 시장경제다. 지금처럼 시장에서 외면당하면 제로페이의 운명은 뻔하다. 세금만 축내다가 아무도 모르게 슬그머니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제라도 정부는 홍보에 헛돈 쓰지 말고 ‘인기가 제로’인 원인부터 찾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 다행히 내년 3월 정식 서비스까지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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