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급락하며 약세장에 진입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기업들의 주식을 살 좋은 기회”라며 직접 세일즈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의 악영향이 내년에 본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증시 불안과 안전자산 쏠림 현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전날 뉴욕증시 급락과 관련해 “(미국 기업들의) 주식을 사야 할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의 와중에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미국에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기업들이 있고 우리 기업들에 대해 엄청난 신뢰를 갖고 있다”면서 “그들은 정말 잘하고 있고 기록적인 수치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말 증시 급락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평균 주가가 지난 10월 초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자 증시가 저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며 주식 매수를 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증시에 악재로 작용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비판 수위도 일부 조절했다. 그는 전날까지도 “미국 경제의 유일한 문제”라고 꼬집었던 연준에 대해 이날은 “분명히 신뢰를 갖고 있다”면서 “연준이 너무 빨리 금리를 인상하고 있지만 바로잡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19일 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해임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던 제롬 파월 의장과 관련해서도 “지켜보자”며 추가 비난을 자제했다. 그는 또 24일 시장 폭락의 원인을 제공해 일각에서 교체설이 제기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 대해서도 “신뢰하고 있다”며 “매우 재능 있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밝혀 해임설을 일축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과 므누신 장관, 미국 경제에 신뢰를 표하며 금융시장 불안을 수습하고 나섰지만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와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시장이 진정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 세계 화물 물동량 둔화 추세를 근거로 미중 무역전쟁의 피해가 내년에 한층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미중 무역전쟁 확전으로 관세율 인상 조짐이 확연해지자 양국 수출입 업체들이 최대한 물량을 앞당겨 처리하는 바람에 최근까지는 무역 규모가 유지됐지만 지난달부터 이 같은 효과마저 눈에 띄게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3대 물류업체인 페덱스는 최근 내년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투자회사인 CCB의 마크 졸리 글로벌전략가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최악의 상황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약세장은 아직 절반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내년 글로벌 증시는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연준이 내년에 두 번에 걸쳐 금리를 올리면서 시중 유동성이 줄면 증시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