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연탄기부도 40% 줄었어요” 몸도 마음도 꽁꽁 언 ‘에너지 빈곤층’

연탄값 인상에 기부 급감하는데

결제단말기 이용 배달업자 없고

시력 안좋아 사용법 몰라 방치도

복지서비스와 접목 활용도 높여야

26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 거주하는 신금자(62)씨가 전기장판조차 없는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서종갑기자26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 거주하는 신금자(62)씨가 전기장판조차 없는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서종갑기자








# “연탄 달라고 옆집 할아버지는 쌈박질도 했다니까.”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진 26일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주민들은 올겨울을 버틸 생각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연탄 후원이 지난해보다 40%나 줄어든데다 연탄값도 치솟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빈곤·소외계층인 이들의 올겨울 난방대책은 연탄이 유일하다.

# “에너지 바우처? 처음 듣는데요.”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 거주하는 신금자(62)씨는 정부가 에너지 빈곤층에 난방비를 지원하는 제도 자체를 몰랐다. 정부의 홍보 부족으로 김씨는 50만원 남짓한 기초생활수급비로 겨울철 난방비까지 부담했다.


정부의 에너지복지 사업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빈곤층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제도로 에너지복지 혜택이 수요자에게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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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내 한 가정의 연탄창고가 텅텅 비어 있다./서종갑기자지난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내 한 가정의 연탄창고가 텅텅 비어 있다./서종갑기자


우선 지적되는 문제는 에너지 가격 인상 시 에너지빈곤층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탄 가격이 지난해와 올해 연이어 19.6%씩 뛴 탓에 공장도가격 기준으로 지난 2016년 1장에 446원이었던 것이 올해 639원까지 올랐다. 이는 결국 서울 마지막 달동네로 꼽히는 백사마을의 에너지빈곤층에 대한 연탄 후원의 급속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52년째 백사마을에서 사는 김길자(70)씨는 “한 달에 300장 들어오던 연탄이 올해는 100장에 불과하다”며 “추워 죽겠다 싶을 때만 연탄난로를 피워 간신히 한기를 잊는다”고 말했다. 허기복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는 “빈곤층에 한해서는 연탄값을 동결해 공급하는 가격이원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부도 할 말은 있다. 정부는 2015년부터 에너지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빈곤층에 난방비를 지원하기 위해 난방용 가스나 연탄 등을 구매할 수 있는 현금성 쿠폰을 지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실용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11월 에너지산업공단이 발표한 에너지바우처 사용현황에 따르면 에너지빈곤층 중 67%를 차지하는 노인가구의 사용률이 비노인가구 대비 낮았다. 사용법을 모르거나 여건상 에너지바우처 사용이 제약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20일 에너지시민연대가 발표한 조사에서 정부 에너지복지 제도에 “불만족한다”는 응답은 59%에 달했다. 허 대표는 “특히 노령층이 대부분인 연탄 사용 세대에 에너지바우처는 무용지물”이라며 “에너지바우처 결제를 위한 단말기를 들고 다니는 배달업자가 우선 없다”고 말했다. 또 노인가구는 저시력 등의 문제로 에너지바우처 사용법을 몰라 방치하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내 한 가정집에서 연탄보일러를 가동하고 있다./서종갑기자지난 23일 오후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내 한 가정집에서 연탄보일러를 가동하고 있다./서종갑기자


전문가들은 에너지바우처 제도를 사회복지 서비스와 접목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민채 에너지시민연대 사업부장은 “현재도 일부에서는 소외계층을 위해 에너지 바우처를 대리 신청해 이들에게 혜택을 돌려주지만 이를 돌봄서비스와 연계해 에너지 바우처 수혜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9월에는 백사마을 주민 양모(72)씨가 연탄 화로를 피우다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다. 김 사업부장은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에 보일러를 시공하는 등 에너지효율 개선 사업으로 이들의 건강과 환경 모두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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