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올해의 책-인문-당신이 옳다]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나를 돌보는 적정심리학

■정혜신 지음, 해냄 펴냄




내년도 소비트렌드를 소개하는 화려한 말들 속에 ‘나나랜드’라는 말이 눈에 띈다. 나를 중심에 둔 소비라고 한다. 소셜미디어부터 소비의 공간까지 나를 드러내려는 나르시시스트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정작 자기 마음 속을 들여다보고 영혼을 소생시키려는 이들은 드물다. 이런 상황을 두고 치유자를 자처하는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모두가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 몰려 있다고 진단한다.

심폐소생술은 심장박동이 멎어버린 응급환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려 발버둥치고, 억지미소로 ‘을의 삶’을 살아가며 관계의 고단함 속에 정작 나의 고통을 마주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마음을 어루만지는 또 다른 의미의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


국가폭력 피해자부터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 등을 만나며 거리의 치유자를 자처했던 저자의 경험이 집대성된 이 책은 스스로 나와 주변을 돌보고 치유할 수 있는 집밥 같은 치유법, 이른바 ‘적정 심리학’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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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첫 단계는 존재의 개별성을 무시하는 사회적 시선과 환경을 인지하는 것이다. 배터리가 3%밖에 남지 않은 스마트폰처럼 위태로운 삶을 사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네 탓이 아니다’는 말, ‘네 감정이 언제나 옳다’는 것을 알려주는 공감의 언어다. 이 과정에서도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은 공감의 과녁, 경계 짓기, 공감의 허들 넘기 등 공감을 가장한 오류 세 가지를 피하는 것이다.

심리기획자 이명수는 이 책의 미덕으로 ‘읽는 책이 아니라 행하는 책’이라는 점을 꼽는다.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려면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 치료법을 평소 몸에 익혀야 하는 법이다. ‘지금 마음이 어떠세요’ ‘도대체 얼마나 힘들었던 거예요’라는 소박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말하자면 사람을 살리기 위한 방법론을 A부터 Z까지 담아놓은 행동지침서인 셈이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이들을 위로해야 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감정의 본궤도로 귀환시키는 임무를 맡을 때가 많다. “누군가를 공감하기 위해 재가 돼버리는 것은 공감이 아니라 감정 노동이다. 공감을 잘못 이해하면 그렇게 탈진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공감과 위로의 방법론마저도 철저하게 배워야 하는 이유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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